
결혼은 일생 일대의 기념일이기에 어느 나라이든 결혼식 만큼은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가족,친지,지인들의 축복 속에서 성대하게 치뤄지는 것이 상례이고 전통이다.결혼을 맞이하는 신랑,신부들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홍일점,청일점으로 선택한 만큼 그들 간에 맺은 언약과 부푼 미래는 말 그대로 장미빛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이 글은 그 관례와 예상을 뛰어 넘어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듣기로는 영국과 아일랜드 쪽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랑과 신부는 각각 총각 파티(stag party)와 처녀 파티(hen party)가 있다고 한다.신부측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될 만한 파티는 아니지만 신랑측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랑을 못살게 굴며 심지어는 죽음으로 몰아 넣는 불상사도 있는 것 같다.절친끼리 만나 총각 딱지를 떼는 모임이다 보니 이런 저러 에피소드도 생길 것이다.
신랑 마이클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친구들에 의해 산 속 깊은 곳에 생매장 아닌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신랑 친구 네 명에 의해 수입산 오크목 관에 매장되고 그 어두컴컴한 관 속에는 워키토키,손전등을 비롯하여 숨을 쉴 정도의 공기 호스만 밖으로 연결된 채 마이클은 거의 초주검에 이를 때까지 살려 달라고 절규를 하지만 돌아 오는 대답은 그 메아리 밖에 없는 처연한 모습 뿐이다.
한 편 마이클은 신부 애슐리를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나 깊게 빠져 들고 결혼을 앞둔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문제는 동업으로 함께 부동산 회사를 꾸리던 친구 마크가 총각 파티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문투성이로 바뀌어 가고,그레이스 브랜슨 수사관에 의한 마이클의 실종 사건이 진행되면서 총각 파티에 참석했던 친구들은 교통 사고로 모두 죽게 되고 그들의 사인 규명차 사체 해부까지 하는 등 긴장감이 돌게도 한다.
그런데 신부 애슐리는 겉으로는 이제나 저제나 마이클이 생환하여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마이클 친구 마크와 뭔가를 도모하는데 그것은 마이클 은행계좌의 돈을 빼돌리려는 음모가 슬슬 드러나고 애슐리와 마크와의 관계는 둘도 없는 사이로 반전되어 간다.이 즈음에서 과연 애슐리가 마크와 하나로 결합하여 새로운 삶을 꾸려 갈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애슐리는 양파와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흉계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그녀가 태어난 조국은 영국이지만 그가 정처없는 이동의 삶 속에서 호주 청년 빅과의 은밀한 관계형성이 포착된다.그리고 빅은 마크마저 없애 버리면서 애슐리와 빅의 수사망은 더욱 좁혀져 온다.
순간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고 글의 구성이 스릴감은 있지만 사건의 진행 과정을 힌트라도 주느냥 독자가 추리할 몫을 미리 들려 주고 있는 것 같아 미스테리한 면은 약간 떨어지고,수사관 브랜슨은 마이클의 실종 사건을 탐문과 과학 수사 등 근거에 의거한 수사진행보다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오컬트)에 의해 마이클의 소재지를 찾게 된다.물론 마이클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관 속에서 빼내져 시골 외딴집 지하 함정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빅과 애슐리는 추격하는 경찰차를 이리 저리 미꾸라지마냥 빠져 나가다 다리 난간을 부딪히고 공중 곡예를 하듯 진흙탕 속으로 빠져 들면서 그 둘은 죽음으로 죄값을 받게 되었다.한 편 브랜슨 수산관에 의해 삶을 되찾은 비운의 신랑 마이클은 과연 애슐리의 생각과 의도대로 총각 파티가 일어나고 모든 음모가 애슐리에 의해 거림끽없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고 그 허망함을 무엇으로 표현할지 생각하니 어두운 마음 뿐이다.
애슐리,한마디로 표현하면 '양의 탈을 쓴 늑대'이고 철두철미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여우이다.돈과 물질을 노리고 신랑을 곤궁에 빠뜨리고 그 친구들까지 죽음으로 몰아 간 애슐리는 겉만 사람이지 속은 능구렁이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이 글이 싸늘한 이기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무겁게 다가 오는 것은 인간의 내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존재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