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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유령이라는 말 자체로 으시시하면서 소름이 끼치게 한다.어두운 오페라 극장에서 뮤지컬이 흘러가는 절정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오페라-가르니에 극장의 2층 5번석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 가는 기기묘묘하고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특히나 19세기 프랑스 상류계층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가고 있기에 때로는 환락과 오만에 젖은 19세기 부르주아 계층을 비꼬는 분위기도 감지하게 되었다.
오페라 <파우스트> 마르그리뜨역으로 데뷰한 뮤지컬 배우 크리스틴 다에의 납치를 둘러싼 비극적이면서도 신비스런 정황과 샤니 자작의 실종 및 그이 형 필립 백작의 죽음,그 시체가 스크리브가(街)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 위치한 호수의 제방에서 발견된 사실 등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에 의해 찾아 볼 수가 있고,작가가 말한 것처럼 유령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이야기로 엮어 나갔다는 점에서 놀랍다.유령이 해골의 몸을 하고 다닌다는 발상이 무대 감독의 목격담에 비롯되었다는 것도 호기심과 신비감을 일으키기에 족하다.
가르니에 극장 2층 5번석에는 금방이라도 유령이 출몰하기라도 할 듯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극장주들의 방심으로 샹들리에가 추락하고 이야기의 전개는 점입가경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그 유령은 해골 분장을 하고 붉은 망토를 걸친 사내라고 모두들 한 마디씩 하게 되는데 라울 드 샤니 자작은 크리스틴이 유령에게 납치를 당한 것과 관련하여 이것은 단순히 돈과 물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 아닌 사랑에 굶주린 에릭이 크리스틴을 반강제적으로 납치했다는 것을 알고 라울드 샤니 자작은 질투에 불타는 애증을 표출한다.크리스틴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구,흐느낌과 저주,맹세는 절규 그 자체이다.한 편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유령 에릭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유령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철창문을 거쳐 호수에서 극장 지하통로로 유령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다양한 에피소드,인물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결국 유령은 크리스틴과 결합할 수 없는 비극의 운명으로 끝나 버렸지만 일반인과 동일한 모습으로 크리스틴을 사랑하려 했던 행동 앞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흉측한 몰골이지만 천애의 목소리를 소유한 유령은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세인의 시선을 피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하려 했던 그에게 일면 동정심이 일기도 하지만 흉칙한 범죄행각 앞에서는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다.그 당시의 사랑은 직업의 귀천과 사회적 신분이 우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