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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 하루키와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까지 나를 안아준 청춘의 친구들
김애리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머리 속에 저장하는 지식과 경험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 놓는 것이 훗날 어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커다란 작용을 한다.자아의 확장부터 원활한 인간 관계,사회적 리더십의 발휘,설득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 될 것이다.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간접적인 체험 중에서 선현의 지혜가 담긴 도서만큼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말할 나위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과 가깝게 여기며 책 속으로 몰입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 위한 속셈이 깊었는지 모른다.사회 초년기에는 조직생활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썼을지언정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매마른 생각과 감정으로 속물 근성으로 가득찬 나날이었다고 회고한다.어쩌다 서점에 들르게 되면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외국어 관련도서나 자기 계발서 등이 주가 되었다.맘이 동하여 한 권 두 권 구입하면 그것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 내 것으로 삼아야 했는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몇 장 넘기다 말고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 가고 말았다.
그러한 공허한 시간과 세월은 나에게는 커다란 데미지였다고 생각한다.특히나 학창 시절 진정으로 본받고 좋아했던 친구들은 독서를 통한 배경 지식이 풍부했다는 점이 나에겐 열등감으로 다가오면서 자극이 되곤 했지만,우유부단한 성격 탓인지 죽자 살자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의지와 실천은 빈약했던 나를 고백한다.그리고 몇 년 전 아내가 하는 말이 "집에 책만 있으면 뭐 해,읽고 실천하는 것이 진짜 지식이고 자신을 키워 가는 것이지"라고 했던 말이 커다란 자극과 반향으로 돌아 왔다.
김주영작가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라는 작품부터 읽어야겠다고 뒤늦은 깨우침으로 시간이 되는대로 읽어 내려 갔다.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 현대문학 10대 작가가 눈에 들어 오면서 이청준작가의 작품부터 성석제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유가 생기는데로 구입을 하여 운전 중,취침 전,전철 안에서 시간만 나면 읽는 재미가 차곡차곡 쌓여 가게 되고,우연히 모(某)온라인 서적에서 주최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이벤트에 선정이 되고 문학계의 거장을 뵙게 되면서 많은 감동을 받게 되었다.글이라는 것이 인간의 아픈 구석,소외되고 상처난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는 것이 불현듯 마음 속을 소용돌이로 몰아치게 했다.그러면서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족하나마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는 생각으로 두서 없는 서평을 올리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애리작가의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는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사회인이 되려는 청춘들에게 독서의 힘은 무엇인가,독서를 통해 깨닫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구로 고요하게 다가오고 있다.길을 잃고 방황을 하는 방랑자,사랑과 실연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교훈,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각자가 얻는 바는 무엇이고 책은 마음의 본향이고 정처를 찾아가는 소중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 나름대로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 중에 이용범의 <연애편지>의 한 대목은 현실 사회의 한 대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아픈 손가락을 내보이지 마라.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아픈 손가락을 찌를 것이다.고통을 하소연하지 마라.악은 늘 약점이 있는 곳을 노리니까.신중한 사람은 결코 자신이 입은 상처를 말하지 않고,자신의 불행을 드러내지 않는다".자신의 약점,치부를 누구에게 드러내 놓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멸시와 조롱,무시의 대상으로 여겨질지 모른다.사회는 그만큼 냉정하고 엄혹하기에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눈물,콧물 스스로 삼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삶의 종착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내가 그동안 내 가족,주위를 위해 얼마나 배려하고 돌보았는가,진정으로 그들을 얼마나 내 마음,가슴 속으로 품었는가라는 명제에 이르게 될 거 라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다가 온다.삶으로의 입장권은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라고.무덤에 눕기 전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일까?
삶은 사랑의 잔치다.그러니 마음껏 사랑하며 이 잔치를 즐기자.잔칫집에서 내면의 굶주림으로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나. - 앤서니 드 멜로 -
세상에 등불이 되어 힘없는 다수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던 인물들이 남긴 공통점은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죽음의 충동 속에서 자신을 붙들며 한평생을 보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한다.링컨,도스토예프스키,헤밍웨이,베토벤,처칠,괴테,톨스토이,차이코프스키 등이다.그들은 단 하나의 괴로움도,한 방울의 눈물이나 한 방울의 피도 헛되이 쓰지 않았으며 생이라는 괴물과의 지난(至難)한 전투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그들은 거짓된 가면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가슴에 와닿는 말은 조안 앤더슨의 행복의 밀알이다.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거듭되는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느니 희망의 밀알을 착실하게 키워 나가라는 말이다.고요 속에서 나를 소소히 들여다보며 몸 안의 물소리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 마음의 평화이고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방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義自見)이다.책읽기는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어 의미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비록 그렇게 실천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장르,관련성 있는 독서를 통해서라도 책 속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껴보고 싶다.일을 하면서 깨달은 바를 접목하고 삶이 힘겨울 때 책 속에 숨은 한 마디 잠언,한 구절의 시(詩)는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지만 내가 살아 가는데 위로와 힐링,정처가 되어 주고 있어 책은 늘 든든한 당산나무와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