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뒤집어본 중국 지식의 비타민 2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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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숨겨진 면모를 제대로 알려면 가장 후미지고 소외된 곳을 찾아 누비면서 그 면모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사람들이 살아 가는 일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 일상의 모습 속에는 관습과 습관,생각과 사고 방식을 넘어 문화적인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와 '중화사상'이라는 중국인만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고 있지만,오랜 봉건적 제도와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살다 보니 그들 가슴 깊은 곳까지는 아직은 세련된 서구적인 체제와 질서,메너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 거 같다.'피의 숙청'이라 불리고 중국의 발전을 더디게 한 문화대혁명을 지켜 보면서 중국인의 머리 속에는 조용히 지켜 보고 속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함부로 나대 봤자 이익볼 것이 없기 때문이고 몸과 마음을 다치기 때문일 것이다.

 

 

출장 형식으로 1990년대 중반 중국 산동성 지역을 다녀 온 것이 중국 현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이고 그 경험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 있다.대외 관계가 많아지면서 중국과 중국인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아직도 공산주의의 인습이 남아 있어서인지 열심히 일을 해서 많이 가져 가야겠다라는 경제주의 사고 방식은 덜 물들어 있는 거 같다.

 

 

내가 중국 땅에 발을 내딛고 체제하면서 느낀 것은 다양하기만 하다.외국인이라고 생각되면 달러매입을 하려는 호객행위와 택시를 타게 되면 터무니 없게 가격을 부르고,(바이어 대접하는 차원에서)대낮에도 도수 높은 중국술을 권한다.마시지 못해도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협상과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에 조금은 마셔 주는 것이 좋다.그리고 지방 도시 시외버스 터미널의 화장실을 가려다 황당무계한 일을 목도한 적이 있다.화장실 바닥이 운동장과 같이 넓었는데 대소변을 한 곳에서 남녀 모두가 적당하게 보는 것이었다.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쳐진 경험이 있다.

 

 

중국인 앞에서는 계약과 납기,규정을 앞세우기 전에(물론 본사에서 납기,품질 등 닥달하기에) 그들과의 책임자와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잘 맺어 그들이 자신들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이다.납기를 재촉하다 보면 품질은 엉망이 되어 버리고 책임자는 간혹 출장을 핑계로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업무상 곤혹을 치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특히 회사 책임자급이면 공산당원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들에게 혼을 내고 면박을 주는 경우에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기에 유념해야 한다.

 

 

중국인의 월 급여 수준이 한국 돈 18만원(인민폐 1,000위안) 정도이다 보니 식료품과 생활비에 빠듯하다는 것을 느낀다.출퇴근의 경우에는 대부분 자전거로 하고 버스(궁궁치처)로 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가용은 대부분 관용(官用)인 경우가 많다.식사는 공장 노동자인 경우에는 식권을 발급받는데 바오즈(한국식 만두인데 속엔 아무 것도 없음) 2개 정도에 돼지고기와 야채를 섞어 볶은 반찬이 전부이며 식사 후에는 으례 중국식 차를 마시면서 디저트로 가름한다.여름 날엔 더위 때문인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휴식시간이었던 기억이 난다.그만큼 생산성과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 되면 태극권으로 노인들이 고요한 아침 이슬을 맞으며 태극권의 내공을 뽐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중국의 모습이다.통근,통학시간이 될 무렵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뒤섞이고 매연마저 시커멓게 내려 앉는 중국 거리는 활기차기만 하다.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백화점(상창) 등을 잠깐 들르게 되는데 상품은 조잡하기만 하다.또한 판매원(복무원)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무뚝뚝하기만 하다.'살라면 사고 말라면 말아라' 식이다.그들은 거리에서 심심풀이로 볶은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먹는다.그리고 껍질을 바닥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버리는데 이러한 모습은 식당에서도 자주 목격된다.음식물 찌꺼기 등이 식탁과 바닥에 수북하게 버려지고 새로운 손님이 오면 몇 년 묵은 행주로 슥삭 닦는 시늉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위생관념,청결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보증금 제도가 발달된 나라이다.여관,호텔에 묵을려면 반드시 보증금과 숙박비를 선불로 내야 한다.수많은 외침 속에서 남에게 당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중국인의 심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거 같다.그 외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56개 소수민족에 14억에 가까운 중국은 이제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문화대혁명 당시 하방운동으로 몰렸던 지식청년들이 이제는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높은 경제 성장률 뒤에 그들이 안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와 실업문제,환경 오염 문제,인권문제 등이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1인 자녀를 국가정책으로 하는 중국은 기회 균등과 자유 경쟁이라는 시대를 맞고 있다.하지만 중국에서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은 계약 등과 같은 약속보다는 그들 속에 깊게 자리잡은 관계(꽌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지금은 중국식의 사고방식 반,서구식 사고방식 반 정도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중국의 현주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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