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 생각난다."어른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얻어 먹는다"는 말이다.어린이보다 어른들은 학식이 깊고 얉고를 떠나 긴 시간과 세월 속에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가 삶의 교훈과 처세가 크기 때문이고 자식들이 살아 가면서 실수와 오류를 최소화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전달하는 말이다.이러한 어른들의 처세담을 비롯하여 정화수를 떠놓고 삼신할미께 간절히 비는 어미의 기복,그리고 마을 초입에 자라는 당산나무는 절대 베어서는 안된다는 의식구조 역시 보이지 않는 자연의 신을 받들어 모시고 내세의 번영을 갈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고대 인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국가와 부족들의 삶의 근간이 되고 바탕이 되었던 것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고 인간은 자연에 의지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환경의 요인도 컸겠지만 육체적,정신적으로 나약한 인간이 의지할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삼신할미와 같은 주술신앙과 대자연의 초인적인 위력,그리고 하찮은 동식물일지라도 일체가 되어 상생해 나간다는 공동체적 삶의 의식과 생명존중 의식은 과학과 기술,의학이 발달된 현시대에 비추어 볼 때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사상이라고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권위있는 학자인 저자는 중국 서남부 지역(윈난성,꾸이저우성,광시장족자치구,쓰촨성) 및 만주 및 몽골 지역에 전해 내려 오는 소수민족의 신화를 들려 주면서 물질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도 적시하고 있어 매우 유익했다.
우선 중국 창세 신화에는 창세 여신 여왕(女媧)를 비롯하여 수많은 신이 등장한다.이 신들은 인간을 흙으로 빚었는데 그 재료는 재,대나무,밀랍,연꽃,조롱박,하늘에서 내리는 눈,종이,쇠똥 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즉 신들이 인간을 만든 재료는 자연을 본든 것이 주가 된다.나아가 부족의 시조는 알과 돌에서 탄생한 것도 있는데,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도 알에서 탄생한 신화의 인물이라는 것이 상기되었다.
이 소수민족들이 숭배한 대상은 나무,돌,바람,꽃,용,늑대,비,물,개구리 등이다.이들이 자연의 질서와 규칙을 거스르지 않아야 자연의 재앙을 받지 않고 삶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우레신의 비위를 맞춰 주어야 하고 동물들과의 영적인 교감을 나누는 등 소수민족들은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농작물의 다양성은 사라지면서 문화적 다양성도 사라져 간다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온다.개구리,메뚜기,거머리 등이 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자취를 감추고 꿀벌의 죽음이 유전자 변형 곡식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또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4대강 개발로 인한 녹조류 증가 및 생태계 파괴는 결국 자연의 신이 내려준 선물을 인간의 무분별한 낭비와 훼손으로 인해 신의 벌을 받을 것은 불문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가장 밝은 것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라는 점이다.인간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밝은 천국이 되고 어두운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농경시대의 얘기를 중심으로 전해 오는 소수민족의 자연친화적인 믿음과 실천적 행동은 의식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연의 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은 중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인간이 자연을 숭배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려 했던 중국 소수민족의 신화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깊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