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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철학,문학,역사에 해박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지식의 방대함을 풀어내는 저력이 놀랍기만 하다.단순히 독서를 통한 간접적인 교양 쌓기를 떠나 이를 현대인의 삶과 접목시키고 사회의 진보를 꾀하고 인문학의 틀을 공고히 하고 일반인들과 이를 공유하고 전파해 나간다면 사람의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생각과 사유의 틀이 확고하게 잡혀 가리라 생각한다.또한 기나 긴 과거의 시간 속에 살다 간 선현들의 얘기를 통해 삶의 교훈과 진리를 찾아 가는 것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높여 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사유의 폭을 넓히고 인간의 마음을 순화시키며 지난 역사의 발자취를 통해 현재의 거울을 되살리는 정신적 작용과 실천은 인간이 단지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살아가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부터 중대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분명 일의 원인과 결과가 있을 것이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조사하며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철학과 역사,문학의 깊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흔히 세인들이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문학,역사,철학의 세계에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39인의 삶의 족적과 사상을 되짚어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그리고 이들의 사상은 현재의 거울로 삼아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고 인간다움의 실현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39인의 삶과 이념,사상은 당대를 살아가면서 그 사상이 활짝 꽃을 피우기도 하고 시대의 조류에 부딪혀 억제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다.
더불어 인간의 행복은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타자를 승인할 때,즉 인간도 지구의 일부이며 나 아닌 타인 역시 나의 일부임을 수용하고,내외,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형성할 때 상생과 행복을 체감하고,생명 의식의 발양과 영성의 회복이야 말로 행복의 정점이 아닐까 한다.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와닿고 사회구성원들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정보량의 축적이 지식이 되고 이는 곧 상품으로 연결된다.사회의 지식이 바로 상품이 되는 것을 거간꾼의 상품으로 변질되면서,조선후기 이덕무는 글을 읽어 공명에만 정신을 쏟고,마음으로 환하게 비추어보지도 않는 것을 한탄했다.가난과 연대한 독서,실천을 생각하는 독서를 통해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가 있다고 했다."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벗을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하며 마음에 맞는 시문을 읽으면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즐거움이다"라고 했다."책과 더불어 노닐 일이다"라고 한 이덕무의 말에서 진정한 친구에 대한 강렬한 갈구를 읽을 수가 있다.
한국의 역사에서 느낄 수 있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대목은 동학과 서학의 운명이다.민족 종교였던 동학의 관(官)의 탄압으로 세력을 잃어가고,서학은 서구 열강의 지원 아래 그 세력을 키워갔다는 점이다.아이러니하게도 동학은 세력이 미미한 반면 기독교를 비롯한 서학은 한국 사회의 위력적인 종교세력이 되고 권력의 지향점이 되어 버린 점이다.이 기독교가 가난한 자,어려운 자,갇힌 자를 위한 본래의 종교정신을 훼손시키고 변질되어 가고 있는 점에서 한국 민중을 위한 동학의 정신인 인내천 곧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정신을 새롭게 되새겨 볼 만하다.
물질문명이 우선시 되면서 정치권력,종교권력이 본래의 취지와 기능을 잃을 지가 오래이다.권력 나눠 먹기,사회구성원 간의 불화,불신 등이 결국은 한 나라의 미래와 역사를 수렁텅이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다.결국 나와 주변 사람들만의 편협한 삶이 아닌 나와 타자를 수용하고 새로운 조화와 균형과 상생과 행복의 나눔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이고 숙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