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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딩의 여덟째 날
리루이 지음, 배도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 역사에서 천주교(서학)에 탄압이 정조와 순조,고종대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는 네 번의 천주박해가 있었다.국가의 근간인 국체를 뒤흔드는 행위이고 국가의 질서를 문란케 했던 것으로 왕권에 대한 도전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사상과 이념이 가득했던 것이기에,그 탄압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고 보인다.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비단 조선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닌 중국 청말에서도 있었다는 것이 이 글을 통해 그 실상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19세기 말 청은 주자학과 공자 사상과 이념이 민본의 바탕이 되고 무능한 황권과 탐관오리의 부정부패가 당시의 중국 사회의 근간이 되었던 것인데,절망과 도탄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잉탈리아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꼬르 주교와 사제 지오반니는 중국 둥허 하늘마을에 안착하여 포교활동을 벌이려 하는데,당시 중국 사회는 민간 신앙인 삼신할미를 모신 삼신할미 사당이 중심이 되어 모든 문제해결은 삼신할미를 통해 해결책을 구하려 했기에 천주교에 대한 거부감과 탄압은 클 수밖에 없었고 삼신할미당과 천주교 간의 격돌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늘마을에는 윗마을과 아랫 마을이 있었는데 윗마을은 영신회의 장톈츠(張天賜)와 아랫마을에 안착한 꼬르 주교와의 종교적 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꼬르 주교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명목하에 돈과 물질로 사람들을 매수하고 장텐츠는 천주교의 포교활동과 성당 건립에 결사 반대를 한다.그러는 와중에 장톈츠가 던진 돌멩이에 지오반니(이하 장마딩)가 머리에 맞아 중상을 입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장례식까지 준비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장마딩은 기사회생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반전의 물결을 탄다.
반면 장톈츠는 사람을 죽인 죄로 교수형에 처해지는데,남존여비 사상이 짙었던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장톈츠는 아들을 얻기 위해 민간요법을 쓰지만 아들을 얻지 못한다.남은 유족인 아내는 시동생에게 자식들을 맡기고 정처를 찾아 남편의 한이 된 아들을 얻기 위해 삼신할미당에 가서 기복을 한다.아울러 장마딩은 죽을 고비로부터 마리아 수녀의 헌신적인 간호와 보살핌으로 살아나게 되는데,꼬르 주교와 함께 했던 성당을 빠져 나와 삼신할미당으로 가면서 장톈츠의 부인 장왕을 만나게 된다.장왕은 장마딩을 보고 남편이 환생한 것으로 착각을 하면서 아들을 이으려 방사를 치르게 되며 장마딩은 장왕의 애달픈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그의 묘비에는 "여러분의 세계는 일곱 날 안에 머물지만,나의 세계는 여덟 째 날부터 시작된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청말의 사회 분위기,사상과 이념,분열과 갈등이 하늘 마을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데,그것은 주자학과 공자 사상과 천주학이라는 외래 사상이 맞붙은 한 판 대결이 종교적 양심과 진실,종교적 정의와 이기적인 헌신,전통의 옹호와 희생,그리고 '대 잇기'와 정절 사이에서 긴장과 서스펜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조선후기 천주교 탄압과 관련하여 크로스적으로 읽는 것도 흥미롭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깨우쳐 주기에 족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