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일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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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글은 길지 않고 쉽게 이해가 가는 글이 많다.작가 자신이 아버지의 직업상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탓인지 따뜻하고 정감어린 이야기보다는 환경의 변화,이질적인 문화 수용 등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때론 예상외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스토리의 구성 전개가 엉뚱하면서도 기묘하게 흐르는 경우도 있다.그 예가 바로 이번 이야기인 '제비 일기'가 아닐까 싶다.

 

 

 

남자는 좋은 직장,매력적인 아내와 행복하게 오래도록 사는 것이 소망일 것이다.이 글의 주인공 나는 실연(失戀)을 당하고 빈둥빈둥 사는 낙없이 살다 어느 날 오토바이로 노인네를 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던 직장도 사장이 알게 되면서 '공공의 적' 즉 낙인이 찍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여자를 만나 섹스도 못하고 일도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무기력할까.

 

 

 

그런데 주인공 '나'는 공공의 적인 러시아 출신 강적을 당구장에서 만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이 그에게 휘몰아 친다."제대로 조준해서 쏘아 맞추는 것보다 더 남자다운 일도 없지".라는 말을 명심하고 살인만큼 권력의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없다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로 결행하는데,러시아 출신 유리는 보스 기질과 행동대원의 신상을 빠삭하게 알고 관리하기에 그는 수입도 나보다 많다.

 

 

 

 

누군가를 죽이고 세를 과시하며 절대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얼음물로 온몸을 씻으면서 나는 생기발랄함과 대장부의 기세를 갖춰 나간다.그리고 심심하면 '라디오 헤드'를 들으면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랜다.

 

 

 

그러다가 장관집에 침입하여 장관을 죽이려 하는데 장관이 욕실에서 딸과 대치중이다.그것은 장관이 딸의 일기장을 훔쳤다는 것이다.결국 나는 장관의 딸을 죽이는 살인범이 되고 장관의 서류에 숨겨진 딸의 일기장을 훔치게 되는데,욕구를 채우기 위해 장관 딸의 일기장을 애지중지하게 된다.실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일기장의 내용을 훔쳐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꼴이다.여장으로 가장한 나는 장관 일가의 살해 소식이 전해지지만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TV 밑에 들어온 제비는 도망치려다 깔려 죽고 만다.

 

 

 

장관 딸 무덤 옆에 제비를 묻어 주면서 나는 불행한 남자,홀로 된 남자,위로받지 못하는 남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직업상 안 좋은 일을 빨리 잊는 것이 좋기에 장관 딸을 살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기 노력하지만 결국 직원들에 의해 장관 딸의 일기장이 발각되지만 시치미를 떼면서 모면하려 애쓴다.그리고 일기장을 북북 찢어 입 속으로 삼키며 장관 딸이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쾌감을 느낀다.

 

 

 

실연을 당하고 노인네를 오토바이에 치여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힌 주인공은 러시아 강적 유리를 만나면서 폭풍 전야의 뒤죽박죽 인생을 살아간다.주인공의 삶은 비현실적이고 변태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외면당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불우한 한 청년의 삶이 시니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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