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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방
이수광 지음 / 책마루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일국을 리드하는 정치 지도자의 곁에는 책사(策士)라는 불리는 2인자가 있다는 것은 역사 속에 등장하고 있다.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곁에는 정도전 책사가 있었고,수양대군의 곁에는 한명회 책사가 있었다.이러한 인물들은 지도자를 보필하고 빛을 내기 위해 일선에서 물러나는 현명한 책사도 있지만,대부분은 권력과 명예의 탐욕을 뿌리치지 못한 책사도 있었다.권력과 명예의 속성은 언제나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것도 역사의 뒤안길에서 찾을 수가 있고,그 권력이라는 것은 무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중국 전국시대가 끝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화려한 치적도 눈에 띄지만 아방궁,분서갱유 등으로 천하를 혼란케 한다.순행 길에서 진시황은 죽고 태자 부소마저 조고의 농간으로 자결하고 2세 황제 호해가 즉위하면서 진(秦)은 진승,오광 등의 반란과 더불어 진의 서쪽에서 항우와 동쪽에서 유방이 들고 일어나 세력을 쥐기 위한 진검승부에 나서는데,항우 쪽에서는 책사 범증이 있고 유방 쪽에서는 책사 장자방(장량)이 있었다.
이수광작가만의 독특한 문체와 역사인식 바탕 위에서 초와 한의 일대 대결이 숨가쁘게 돌아간다.때로는 회유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협을 가하기도 하며 타협점을 제시하기도 하지만,책사 장자방은 책사로서 기사로서 현명한 판단과 유방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된다.반대로 초의 항우는 폭압과 의심이 많은 장사로서 책사 범증을 못믿어 하고 무시하는 흐린 판단을 하게 된다.한바탕 세권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항우,유방을 중심으로 책사,장군,수많은 전사들이 인해전술로 대장정을 치르게 되는 역사 드라마를 보는듯 하다.
장자방은 세 번의 전쟁에 세 번의 포로가 되지만 다행히 죽지 않고 돌아온다.장자방은 포로가 되면서 재기의 지략을 짜는데 전장에서의 살아 있는 경험과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독서가 그를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게 한다.특히 죽간으로 된 제자백가의 책인 오기(吳起)의 '병서'와 공자의 '춘추'는 그가 아끼는 책이다.
거록(鋸鹿)의 전투에 대승을 거둔 초 항우는 기세가 등등했다.홍문지회(鴻門之會)에서 항우와 유방이 만남을 통해 천하이분지략으로 화의를 맺었지만 유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성격이 난폭하고 지략이 부족한 항우는 어떻게 하면 세상을 평정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자신의 편협한 시각과 자만심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반대로 유방은 장자방을 끝까지 신임했으며 휘하에는 한신과 팽월의 역할도 대단히 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항우는 오강 접전에서 한의 추격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상금을 노린 옛 부하 여마동에 의해 포위가 되고 항우는 초나라의 구슬픈 노래를 들으며 창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한의 유방은 초와의 싸움에서 천하를 대패하고 한의 수도를 관중으로 정한다.자신의 곁에서 책사로서 지략을 유감없이 보여 준 장자방을 찾았지만,장자방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고 실천하고,부인 요희와 함께 속세를 떠나 은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는 의미있는 고사성어도 많이 나온다.인상여와 염좌의 문경지교,한과 위,조나라간의 순치지간,반란을 도모하려던 한신으로부터의 국사무쌍,배수지진,천려일실,다다익선,토사구팽을 현실정치,군사 등과 연계해 본다.권력과 명예,부에 혈안이 된 일부 정치꾼들이 멋진 책사인 장자방(장량)의 일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