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성의 증명'에 이어 '인간의 증명'을 읽어 가면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지만 인간의 내면에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이해관계와 섬뜩할 정도의 잔인하고 냉혹함이 서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자기 한 목숨 보전하기 위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적인 행위는 어느 시대에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도 그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일본 도쿄의 심장 치요다쿠 로열 호텔 스카이 레스토랑에서 외국인 피살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에 대한 수사가 바쁘게 돌아간다.피해자는 미국 국적의 조니 헤이워드로서 관광 비자로 일본에 들어 왔다가 참변을 당한다.헤이워드가 죽어갈 무렵에는 가슴에 흉기가 찔려 있었고 출혈이 심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헤이워드는 택시를 타고 로열 호텔까지 왔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시미즈다니 공원 주위를 수색하게 되되는데,택시 기사가 헤이워드로부터 들은 스토하는 밀짚모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헤이워드가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밀짚모자를 왜쳤을까를 생각하는데,공원에 버려져 있는 밀짚모자와 피해자 헤이워드의 관계가 사건의 열쇠라고 단정하면서 수사는 급요동을 치게 된다.
형사 무네스에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그 버림의 유전자가 무네스에게 전해지면서 세상에 대한 원망,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게 된다.그리고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진주군에 의해 수치심을 안겨 주는 폭행을 당하면서 사망을 하게 된다.무네스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어린 시절부터 싹이 트고 이번 헤이워드 사건의 범인도 증오와 원수의 대상이 되었기에 그를 붙잡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진주군에 의해 수모와 수치심을 안겨 줬던 만큼 복수하고 싶었던 마음이 일어났던 것이다.
일본에 연고가 없는 헤이워드를 인터폴에 수사 협력을 의뢰하는데,헤이워드의 주소지가 뉴욕 이스트 할렘가이고 주변인물인 마리오에 의해 헤이워드의 행적이 밝혀진다.헤이워드의 아버지는 트럭 운전사로서 상해보험금을 노리고 차에 부딪히면서 아들 헤이워드에게 일본 여행비를 마련해 주는 셈이 된다.마리오의 증언은 헤이워드의 행선지가 '키스미'였다고 한다.
결국 키스미와 밀짚모자가 단서가 되고 키스미는 온천 마을인 '키리즈마'로 밝혀지고 헤이워드의 어머니는 가정문제 평론가인 교헤이로 밝혀 지고,폐병에 걸린 오야마다의 아내는 유곽생활을 통해 생활비를 버는데 니이미와의 황홀한 섹스를 통해 달콤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후미에는 결국 의문의 죽음으로 밝혀지게 되고 니이미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헤이워드의 친모인 교헤이의 자식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그 자식이 후미에를 죽인 진범이라는 것을 자백받게 된다.
형사들의 끈질긴 탐문수사,집요한 추궁을 통해 나카야마 다네 노파를 댐 제방에서 밀어 뜨려 치사케 하고 진범 야스키 교코는 자신과 남편(정치가)의 지위,신분,불명예스러운 과거사가 노출될까 아들 헤이워드마저 냉혹하게 저버리고 흉기로 죽이려 했던 것이다.그녀는 자식의 배로 낳은 자식이지만 현재 자신의 보신과 가정을 지키려는 빗나간 모성애는 현 남편 고오리요헤이와 이혼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강렬하게 다가오는 점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점과 개인의 사회적 지위,신분을 지키려는 세속적이고 추악한 인간의 단면이 폐부 깊게 다가왔다는 것이다.스토하가 스트로 햇이 되고 키스미가 키리즈마가 되는 약간의 짜마추기식 추리는 어설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인간의 본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