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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1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평점 :

시중에 나와 있는 지난 한국역사의 사료는 대부분 한문학자 및 연구진들에 의해 번역 및 각색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온다.이는 주로 널리 알려진 관변사료(즉 실록 및 일기 등)에 의한 것들이 위주가 된다.그러한 사료들과 각색물들을 읽다 보면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 교훈 및 미래예측에 도움이 되기도 하며,각색물 즉 역사소설 등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흥미와 재미를 안겨 주기도 한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이야기는 읽어 가면서 참신함을 느끼게 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史實)은 기존의 역사지식에 살짝 끼얹어서 하나의 맥락을 이루게 하면서 끊겨졌던 지난 역사의 물줄기를 하나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기에 그 의미와 가치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조선시대 사회를 살아 갔던 문인들이 창작한 사실과 허구가 아로 새겨지고 있으며,임형택저자의 각고에 가까운 번역 작업의 결실이 놀랍고 경이스러울 정도이다.조선시대의 풍물,백성들의 애환과 고락,역사적 사건 등이 현장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당시 남존여비 사상 등도 새롭게 느끼게 한다.
15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이르는 한문서사는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재미와 흥미를 더해 현장감마저 안겨 주고 있다.그것은 용재총화,어우야담,학산한언,동패낙송,기리총화 등에서 보여 주고 있는데,단편이 위주가 되고 문집 위주로 되어 있으며,자칫 난독증으로 흐를 뻔했지만 임형택저자가 보여준 깔끔하고 정밀한 번역과 해설이 수미일관 지루하지 않게 독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2권 중 1권에 속하는 이 글은 제1부에서 제3부로 나뉘고 있다.1부는 성현의 용재총화,관동만유를 비롯하여 남효온의 김시습,박동량의 임꺽정,기재잡기로 구성되어 있으며,2부는 이항복의 방외일사,재인박춘,이정귀의 임진피병록,이덕형의 괴물이근,김택형의 황진전 등이 있으며,3부는 이익의 차한일기,임방의 일타홍,신독복의 겸재정선 등이 있다.조선전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순서에 맞춰 나뉜 것으로 생각되며 남녀간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임진왜란의 직전과 와중,중인이하 계층들의 삶의 애환과 고락 등이 사실감과 허구감을 오묘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는 민간 견문에 속하는 패설(稗說),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노략질과 민간인 살해위기,남녀 사이의 욕망,(조선후기)문인들과 화원들의 삶 등을 사실적이면서 서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임진왜란을 일어날 거라는 소식을 민간인이 들어 이를 소문을 내고,일본 장수 가토기요마사가 조선내에 침입하여 조선정세를 정탐하고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 등도 예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다.
조선시대를 살아 갔던 사람들이 그려낸 허구와 실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흥미와 재미도 있지만,당시 유교적이고 봉건적이었던 사회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고,그 상황에서 외세의 침략의 일부나마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어 역사적 교훈도 함께 얻어 가는 계기가 되었다.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문인들을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