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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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제목부터 위압감과 독재성을 상징하는 총통각하이니 현대 정치민주화의 노정에서 아직은 자유스러운 민본이 위주가 되는 정치민주화는 아니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총통각하,현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MB의 시대를 맞이하는 순간부터 배명훈작가에게 신의 존재와 같은 믿음과 영감,글쓰기의 소재를 안겨 주었다고 하니 작가로서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고 그에게는 글쓰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그러기에 총통각하를 뮤즈라고 불렀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 글은 10편의 단편이 모인 단편집인데 단편마다의 특징과 맥락이 모두 제각각이다.현시대를 걷는 느낌보다는 외계를 걷는거 같기도 하고,어떠한 물리적 배경도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다만 현정권이 탄생하면서 작가가 예상했던 것들이 그대로 적중이 되었다고 보여지는데,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말하고 표현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위축되다 보니,이를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와 풍자,암시라는 메타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이 글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천재부부가 동면 생활 100년을 마치고 다시 재회를 했어도 총통각하는 끄덕없이 천연덕스럽고 멀쩡하게 건장하다는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부터 한밤중의 폭풍 예보와 무시무시한 작전명령이 벌어지고,정치적 신념이 흐트러진 품위를 동물에 비유한 이야기,국민의 행복지수가 10%도 될똥말똥한데 80%이고 복지에 전념한다는 정부가 뒤에서는 전투비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율배반적인 웃기는 상황,노조에 대한 비민주적인 공권력 행사 등을 은유와 상징을 섞어 가고 있다.이것이 전반부 5편의 독재 및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을 여러 갈래로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려 내고 있다.

 

 

후반부 5편도 현정권이 낳은 사회부조리와 국민을 모델로 수익사업을 벌인 '4대강 대운하 사업'과 같은 권력형 비리와 정재계 독점 인사,권력 구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작가만의 특유의 독설과 풍자,유머적인 감각을 총동원하고 있다.내용이야 어찌되었든 나라 살림을 잘 하고 국민들을 잘 섬겨 달라는 의미에서 선량으로 뽑힌 총통이건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모습'이 너무도 판이하다.

 

 

작가는 이 글의 구상을 회사 구내식당의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을 어떻게 막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실용적이고 임시방편격으로 햇빛 가리개로 햇빛을 가릴 것인지 아니면 폼나는 원단을 구해서 전체적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버티컬과 같이 장식 문화로 나갈 것인지를 생각했다고 한다.그런데 MB 총통이 선출되고 그의 정치적 감각과 행태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은 색깔과 품위가 있는 문화가 아닌 돈만 되면 뭐든지 하겠다는 비지니스 프렌들리가 전국방방곡곡에 충일해 있었다는 점이다.이 글의 10편은 그러한 방향과 관점에서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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