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기이 -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
조수삼 지음, 허경진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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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신분이 사농공상순으로 되어 있어 기술직이나 역관직은 그다지 대우를 받지 못했다.또한 양반일지라도 첩으로부터 낳은 서얼(庶孼) 역시 과거시험 등을 볼 수 있는 자격마저 제한된 시대였다.양반과 양인 사이의 계층을 중인이라고 하는데 기술직,역관,의관,서얼 등을 가리키고 있다.그들이 관직에 오를 수 있었던 계기는 정조시대 검서관 제도가 생기면서 박제가,이덕무,유득공 등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다만 중인계층이 다소는 사회진출을 할 수가 있었지만 폐습이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못했다.1894년 갑오개혁에 이르러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차별이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18세기 후반 과시(科詩)를 잘 지었던 저자 조수삼은 중인이하의 어려운 삶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 뒷골목 사람들 71명의 이야기를 71편의 한시로 응축해 놓았다.일종의 위항(委巷)인문학이라고 생각이 든다.

 

 

 

 

가을날 서재에서 기이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추재기이는 중인이하의 계층들이 자신의 삶을 한탄하기보다는 힘든 삶 속에서도 수분지족하면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경이롭게 다가온다.몸이 불편한 안경알 가는 절름발이는 온종일 앉아 하는 일을 배우다 보니 안경알 가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고,안경사는 18세기 전문직업인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어느 50대 기생은 알고 지내던 판서가 세상을 뜨면서 세상 물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그것은 부귀를 얻는 것보다는 즐거운 만남이 가장 얻기 힘들었다고 한다.세상을 살면서 나를 가장 알아주고 어려울 때 의지가 되어줄 사람이라는 의미로 들린다.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기가 힘들고 의지가 되는 말벗이 오래도록 곁에 있는 것이 참된 인생이 아닐까 한다.

 

 

 

 

안경알을 가는 절름발이,원숭이를 구경시켜 빌어먹는 거지,고소설 낭독꾼 전기수,성대모사에 뛰어난 박 뱁새 등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자신의 신분을 원망하고 세상을 한탄하는 내용보다는 주어진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검박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그 중의 의협심 많은 도적의 상징 일지매(一枝梅)는 탐관오리의 재물을 털어,처자를 봉양하지 못하거나 어버이의 장사를 지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흩어 주었는데,도적질을 할 때마다 붉은색으로 일지매를 새겨,자신이 훔쳐 갔다는 것을 표시했는데,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하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붉은 매화 한 가지를 표시하면서(血標長記一枝梅)

 

탐관오리의 재물 털어 여럿에게 나눠 주네.(施恤多輸汚吏財)

 

천고에 불우한 영웅 많았으니(不遇英雄千古事)

 

옛날 오강에도 비단 돛배가 왔다네.(吳江昔認錦帆來)

 

 

 

 

조선에 관련한 도서는 주로 왕조와 인물에 관한 역사서가 위주였는데,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뒷골목 계층들의 인생사들이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닫혔던 가슴이 확 뚫리기도 하며,연민의 정을 자아내기도 했다.화려한 삶을 살았던 양반들과는 대조적인 삶을 살았던 평범한 백성들의 삶을 통해 조선의 시대상과 평민들의 숨겨진 삶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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