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보급판 문고본)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은 『배고픔의 자서전』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작가는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일본의 문화,일본인의 의식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바,이를 작품 속에 사실적,풍자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이번 작품에서도 일본 기업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거 같았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수직문화가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기업의 CEO를 중심으로 상하관계가 엄격하기에 조직원의 생각과 감정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이념과 CEO의 스타일에 맞춰 가는 문화라고 생각된다.그러하기에 관료적이고 보수적이기에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글의 주인공 '나'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사내현장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직무 등이 현장감있게 다가온다.유미토모사 안에서 벌어지는 '나'는 일본인이 아닌 벨기에인으로 등장하고 그곳에서 하는 일은 핵심적인 일이 아닌 심부름,화장실의 화장지 끼워 넣기 등의 허드렛 일이 다반사이다.이러한 일거리,처우를 통해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미토모사의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 가고 있다.

하네다,오모치,사이토,모리(후부키),그리고 '나'가 하나의 라인을 이루고 있는데,나는 처음에는 커피 심부름 그리고 경리업무,화장실 화장지 끼워 넣기가 주 업무이다.나의 직속상사는 후부키이고 늘씬한 키에 거만기가 살아있는 여성이다.10주만에 평사원에서 한단계 승진한 당찬 여성이고 한 편으로는 뻣뻣하기까지 하기에 나는 후부키의 눈치 코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커피 심부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출장경비 명세서'등의 일을 맡기는데 나는 숫자에 둔감하고 자꾸 틀리기 일쑤여서 상사들에게 미움과 호통을 받게 되는데,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냉혹하기만 하다.1년간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화장실 화장지 끼워 넣기로 배치되면서 말그대로 대기발령의 자리로 전락하고 마는 나는 일본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동화가 되었지만,생리적,문화적인 차원에서 오래 있을 곳이 못되었는지 유미토모사를 떠나게 된다.

 

 

일본에서는 천황을 알현할 때 약간의 <두려움과 떨림>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엄숙하면서도 경건한 자리이고 일본을 상징하는 자리인 만큼 개인이 천황을 알현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영광일 수도 있지만 불편한 자리이기도 하다.일본의 조직도 현대화되면서 종신고용제도 없어지고 구조조정의 바람이 커지면서 개인의 생각과 주장이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는 마당에,이 작품은 아직도 군대식 조직문화에 젖어 있는 일부 기업들의 한 단면을 그대로 투시하고 반영하는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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