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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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잠을 자면서 가위에 눌려 잠에서 깨어 나오지를 못해 정기(精氣)가 새까맣게 타던 때가 있을 것이다.개인적으로도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누군가 내 기운을 빼앗아 가기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무의식에서 벗어나려 안간 힘을 썼던 때가 있다.그 악몽과 같던 순간을 생각만해도 후줄근하게 온몸이 땀이 배인다.이것을 염매 및 구반다(鳩槃茶)라고 한다.인간의 정기를 빨아 먹는다는 귀신 얘기는 마음이 허약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귀 계통인 가가치 집안과 마귀 계통이 아닌 가미구시 집안이라는 대립하는 두 구가(舊家).신령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들,인습의 의례 중 죽으면 산신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노파,생령을 봐서 그에 씌었다며 시름시름 앓는 소녀,염매가 나왔다고 수군거리는 마음 사람들,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워하는 동생,흉산을 침범했다가 공포 체험을 한 소녀,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쫓기는 무녀 - 본문-

 

 

 

어느 나라든 기복(祈福)과 축귀(逐鬼)신앙이 존재하고 있는데,염매와 같이 인간의 정기와 넋을 빼앗아 가는 상황에서는 개인과 마을,사회공동체는 큰 난리라도 난듯 온갖 수단을 통해서라도 축귀 의식을 치뤄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기 마련이다.

 

 

 

나 어릴 때 이모할머니댁에 가려면 산모퉁이를 돌아 일제강점기때 만든 저수지 둑방을 거쳐 오솔길을 접어 한 10분 정도 걷게 되면 이모할머니댁 마을이 산촌 외딴 곳에 빈한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마음은 늘 정겹기만 하다.따뜻하게 두 손으로 나를 안아주던 이모할머니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모할머니 아들 즉 육촌 당숙은 젊은 시절 술독으로 나날을 보낸 술꾼이다.면소재지에서 일을 보고 비틀비틀 걸어오던 중,저수지에서 보았다던 귀신의 형상으로 그만 길바닥에 쓰러지고,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발견하여 축귀 의식과 한약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셨던 일이 엊그제와 같다.이 귀신은 일종의 생령이라도 할 수가 있는데 마음이 허약해서 귀신에 씌였다는 말이 맞을거 같다.

 

 

 

현대인들은 귀신,마귀,산신령이라는 말은 미신으로 치부하고 내내 무관심할거 같은데,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지 않던 시절에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점쟁이를 찾아 가고,더 좋은 일을 갈구할 때에는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을 들이며,잡귀를 물러나게 하려 전해져 오는 인습과 경험을 총동원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예를 들어 먹었던 음식이 내려가지 않아 체하게 되면,쌀을 밥그릇에 담아 이를 보자기로 둘둘 말아,환자의 배에 대고 잠밥을 놓는다.체증이 가라앉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이것은 일종의 환자의 마음을 달래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본 가가치 집안과 가미구시 집안과 관련한 염매 이야기는 먼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기복과 축귀의식으로 보여진다.무녀와 혼령받이를 결정하기 위해,여자 아이가 태어난 지 아홉 살이 되면 거행하는 구구의례,윗마을,아랫마을,가운데마을,큰신집,새신집 등을 통해 세력다툼의 온상을 보여주고,농지개혁을 통한 지주와 소작인간의 관계를 읽을 수가 있고 마귀신앙의 배경도 짐작할 수가 있다.목을 매고 물에 빠지고 독을 먹고 죽어갔던 사람들의 사연 등이 쭈뼛 곤두서는 털,으스스한 한기,오한으로 비명을 지르게 하는 신기를 감출 수가 없다.이 어린 염매는 사기리로 불린다.

 

 

 

 

 

 

 

 

 

마귀,귀신,산신령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이렇게 좁은 오솔길,인적이 드문 산촌에 자주 출몰한다.소슬바람이 불어닥치면서 한기가 사위를 누르게 되면 귀신의 형체가 다가오는듯 온몸은 쪼글라들고 문틈 사이에서는 자그락 자그락 달각달각 소리마저도 귀곡으로 들려올 것이다.신령을 납치하고 백성의 정기를 빼앗가 가는 염매(사기리)의 출현은 산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 오고,마을을 지키는 허수아비 뒤에서 환영(幻影)으로 비춰지는데,그 환영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ㄹ 듯한 목소리,~ㄴ 듯했다,~ㄴ 것처럼 보였다,~ㄴ 것 같았다와 같이 추측한 묘사가 많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본 중세시대(가마쿠라 시대) 가가치 마을과 가미구시 마을을 배경으로 쓰여진 괴기스러운 이야기는 기복신앙을 바탕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토착신앙에 기인하고 있다.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염매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허한 마음에서 환영이 손짓을 하고 이를 따라가면 죽을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되고,방술에 의지하여 치료하려던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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