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런 코벨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이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가오는 느낌은 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두 개의 사건을 놓고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마치 첩보물을 관람하는 듯하다.사건과 관련있는 주위 인물들의 행적과 심리도 그렇고 물질에 눈이 먼 인간의 본성을 그린 점도 독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코플랜드는 카운티 검사이다.경찰에서 올라온 조서를 통해 피고에게 심문을 하고 이를 재판에 넘기는 역할을 하고,오래 전(20년 전)에 여름휴양캠프에서 발생한 청소년 살인사건에 그의 여동생이 실종이 되면서 여동생의 행방을 찾는데 전력하는 코플랜드의 일과 일상이 속도감과 스릴감을 더해간다.
냉전기 소련에서 태어난 코플랜드는 유태인 가족으로 아버지가 무자격으로 의사생활을 하다 그 직을 박탈하는데 이유는 종족이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며,20여년 전 여동생이 여름휴양캠프에서 두 명은 살해를 당해고 코플랜드의 여동생과 페레즈는 살아 남았지만 여동생 카밀의 행방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어린 시절 여친이었던 루시(루시의 아버지가 캠프를 운영함)를 통해 당시의 사건상황을 어렴풋하게 나마 청취를 하게 된다.
또한 카운티 검사인 코플랜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가 좋지 않고 아내(제인)마저 세상을 뜨게 되면서 딸 카라를 애지중지 키우는 고독한 인물이다.직업상 바쁘다 보니 처제가 딸을 보살펴 주기도 하지만 마음 속은 내내 여동생의 행방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돈을 노리고 접근하다 죽은 샤미크 사건을 조사하고 심문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견디기 어려울거 같다.
여자 친구 루시는 대학에서 창작속독을 가르치며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그녀와의 재회,연결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데 더할 나위 없는 달콤하고 몸이 녹아드는 시간이다.아내 제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루시에게서 느끼게 되고,루시의 아버지의 얘기를 간접 전해들으면서 여름캠프의 전말이 어느 정도 밝혀지게 된다.코플랜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인생의 잔물결과 가족의 저주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평소 코플랜드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부모에게 무관심과 냉대를 하였기에 부모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다.사랑하는 부모를 배신한 아버지를 어머니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고 아버지가 딸이 죽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안쓰러워하지 않았던 것이다.어쩌면 어머니가 여동생 카밀을 숨겨두고 이혼 합의금이 나오면 그 돈을 갖고 딸과 함께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우려 했던 것인데,아버지는 딸이 묻혔을 지점에 땅을 파서 어머니를 묻어버렸던 저주스런 악마였던 것이다.
코플랜드는 결국 페레즈의 가족의 입을 통해 여동생 카밀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이제 삼십 대 중반이 되었을 여동생 카밀과 극적인 재회를 하면서,코플랜드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깨닫게 되었을까.마음대로 되지 않은 인생길,저주스런 가족사를 통해 그는 가족의 애틋함과 소중함을 몸과 마음으로 새겼을 것이다.할런 코벤의 탄탄한 플롯과 마음을 저릿케 하는 반전의 묘미도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