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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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 구심점이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집안을 이끌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면,한 사회,한 나라의 정신적 지주는 난관과 위기가 있을 때 사랑과 관용,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모으는데 주력할 것이다.역사이래 어느 시대이든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는 전면에 나서지만 나라의 위기와 난관을 그늘진 곳에서 빛이 되어 주던 정신적 지도자의 존재는 살아있는 스승이고 멘토이며 마음의 구심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수환추기경은 누가 뭐래도 한국현대사의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한다.1968년 교구장직에 올라 1998년 교구장직을 그만둘 때까지 그는 한국현대사의 질곡의 최선봉에 있었다고 생각한다.1986년 정치민주화가 한창이던 무렵,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을 연행하려던 경찰들에게 학생들을 잡아가려든 "나를 밟고 가시오."라고 전두환 독재정권의 종식의 외침과 심장의 명령을 따르기로 결행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2040세대의 사회적 고통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그 신음소리는 거칠고,절망을 깊고,분노는 격하고,혼돈은 칠흑과 같다.기성세대는 청년층과 일부러 외면하려 하면서 대화와 소통,대를 잇는 바톤터치는 없다.유교정신인 연장자 의식이 만연되어 있고 밥줄놓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러나 시간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청년층도 중,장년층이 되어 가고,윗세대는 자연히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힘과 권력을 갖은 계층들이 융통성 없는 정책을 행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추기경은 이미 고인이 되어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가 남긴 진리,정의,사랑의 정신,메시지는 가장 값지고 보람된 삶이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한다.일제강점기 동성 상업 을조(신부가 되기 위한 코스)반에서 배울 무렵,수신시험에서 '청소년 학도에게 보내는 일본 천황의 칙유를 받들고 황국신민으로서의 소감을 써라!는 시험지를 받고 "나는 황국신민이 아님,따라서 소감이 없음"이라고 써냈다고 한다.민족정신과 애국정신이 충만했던 대목이다.당시 장면교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 유학의 길,독일 유학의 길로 이어지면서,그가 바라는 세상의 진리,정의 사랑의 정신을 한 올 한 올 배양해 나갔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한국 정치계의 정치꾼들의 선거철만 되면 "너 죽고 나 죽자"의 기세로 한 판 승부를 벌인다.상대방을 깔보고 업신여기는데 어찌 자신이 잘 될 것인가? 또한 사촌이 돈을 사면 배 아파하는 것이 한국인의 고질적인 질병이다.그에 반해 중국인은 "너 살고 나 살자"라는 상생의 정신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내 한 몸,내 정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신공격,명예훼손,비방,욕설 등의 저질스러운 것들이 난무한다.그러니 나라가 발전하고 사회구성원간의 위화감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이는 공명(共滅)을 자초하는 것에 다름없다.

 

소탈한 용모에 늘 기도하는 김추기경의 모습은 자신보다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힘없는 계층,가난한 자,다국적 가정,장애인들에 따스한 손길로 사랑과 용기,격려의 힘을 보탰던 것이다.교구장직에서 물러나 혜화동 소강당 생활을 하면서,진짜배기 행보가 시작되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긴 여행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머리에서 마음에 이르는 것,머리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에까지 도달하게 하여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을 우리는 모두 잘 못합니다.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 - 본문 -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사회악적 요소,겉으론 선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술수를 획책하여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비겁한 행위,머리로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내막은 모두가 돈과 물질로 저울질하는 타락한 세상이 한국사회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는 말이 있듯,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천고불변의 진리이다.정치와 경제를 이끄는 위정자,지도자 및 관료들은 말만 다수의 국민을 위하는 척하지 말고 실천적인 모습으로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그렇게 하면 국민들은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해도 진실을 알게 되면 믿고 따를 것이다.사회의 위악적인 부정부패,부조리,국민분열적인 지역감정 등도 사라져야 할 당대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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