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김말봉 애정소설
김말봉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사조적인 흐름으로 보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의 경성의 분위기는 '모던 보이','모던 걸'이 유행하던 시기였다.서구식 백화점과 엘리베이터,양산,커피숍 등의 문물이 경성 한복판에 유입되면서,당시 배웠다고 하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의식 구조가 봉건적이고 유교적인 체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반대로 경성 등의 대도회지를 벗어난 시골은 가부장제,대가족제,상호보완적인 공동체,남존여비 사상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된다.

 

1930년대 '모던'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김말봉작가의 『찔레꽃』의 전반적인 내용과 분위기는 부모가 짝을 정하면 그대로 따라 혼인하던 습속을 벗어나,진정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등장인물 간에 잘 나타나 있다.김말봉작가가 일본유학 및 국내에서 전위적인 활동을 했기에,이 글에서의 연애관도 자연스레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크게 작용했던 걸로 보여진다.

 

가정교사 자리를 알아보던 주인공 정순은 교장댁의 소개로 고대광실을 자랑하며 은행장을 하는 조만호씨 집으로 아이들의 말벗과 훈육을 도맡는다.그 집안에는 과년의 나이인 경애,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큰아들 경구가 있고,정순 곁에는 민수와 근호라는 청년도 있는데 이들 모두가 나이가 차면서 장래를 함께 할 대상을 깊게 생각하는 나이이다.그 중에 조씨의 큰 딸 경애는 경환이라는 청년과 짝을 맺어 주려하지만 자신이 대상을 택하여 혼인을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대목에서 신여성 내지 자유결혼에 대한 사고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조씨의 아내가 각혈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조씨는 후처를 물색하게 되는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생긴다.조씨는 나이 어린 정순을 탐하게 되고 아들 경구도 정순과의 미래를 꿈꾸지만,본래 정순이 마음에 두었던 민수는,경마를 하다 낙상하여 죽을 뻔했던 경애를 구해냈는데 이는 경애에 대한 민수의 사랑이 그전부터 싹트고 있었던 것이었다.나아가 조만호씨는 아들 경구에게 보모 정순이와 결혼 선포를 한다.또한 조만호의 재산을 탐하던 기생출신 옥란은 조만호와의 결합을 원하는 것으로 흘러 간다.

 

김말봉작가는 첫 남편인 전상범씨가 일본 시인 기타하라하쿠슈의 <찔레꽃>을 자주 음풍하고 작가는 피아노 반주를 했다고 한다.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찔레꽃으로 변신한 거 같다.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조씨와 옥란의 애욕은 제대로 성사를 맺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쉬움이 든다.시대상을 놓고 볼 때 당시의 자유연애는 전향적인 것으로 보여진다.1930년대 경성(서울)의 거리 모습,인습,문화,언어습관 등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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