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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딸 - 닝 라오 타이타이의 자전적 삶의 기록
아이다 프루잇 지음, 설순봉 옮김 / 루덴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동북아시아의 형세는 서양세력과 일본,러시아가 패권을 다투기 위한 각축전의 기지가 되었기에, 특히 조선,중국은 봉건적인 구습체제와 유교적인 정체성의 역사가 깊다 보니 서양세력과 일본에게 침탈과 탄압을 받는 암울한 시대였다.중국도 청일전쟁에서 패배하는 등 홍역을 한바탕 치르게 되며,현대화도 이념과 사상 등으로 역사의 후퇴를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세기말 침례교 선교사의 딸로 태어난 아이다 프루잇은 유복하고 개방적인 가정 환경으로 일찍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중국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는 학교장으로 역임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사회학을 공부하여 록펠러 재단의 책임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아이다 프루잇은 중국 노동자 조합을 지원하고,중국에 학교를 짓고 공장을 세우며 중국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으면서 1945년 『중국의 딸』을 퇴고했다.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중국에 대한 관심과 원조를 전세계에 호소한 중국현대사의 파워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은 아이다 프루잇의 성장 과정과 당대 중국 농촌의 모습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쓴 글이다.가난 속에서도 삶과 생명에 대한 경이감과 오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추한 인간군상을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 내고 있다.
자신을 돌 볼 가족이 모두 세상을 떠나 사고무친이 된 주인공은 벼 이삭을 주워 입에 풀칠을 하는 것부터 구걸,품일,행상일,하인살이 등을 통해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운 또순이로 가족을 부양해 나가는데,남편은 아편을 피우기 위해 딸을 팔아 넘기고,사위는 도둑질을 일삼고 마누라마저 팔려는 파렴치한 망나니꾼이다.
그외 딸을 생매장하는 아버지,돈 몇 푼 때문에 딸을 늙은 놈 첩으로 팔아 버린 부모,아무하고도 정을 통하는 대갓집 처녀,어린 여자애를 농락한 점쟁이,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본처를 항아리 속에 처넣어 죽인 남자 등의 이야기가 암울했던 당대 중국사회상과 비윤리적인 부도덕한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짙었던 20세기초 중국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은을 진지함 속에 가벼움으로 추함 속에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 이야기는 중국인의 삶을 제대로 투영하고 있다.또한 인간의 생명이 소중할진대,개인의 안락과 본분을 망각하고 가볍게 여기고 돈으로 사고 파는 작태를 실감하게 한다.시궁창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민초들의 모습을 구술로 담담하게 잘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