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그린다 -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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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이라는 말이 알쏭달쏭하다.자신이 그림 그림이 자신을 그리고,그 그림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생각하면 할수록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든다.그림과 같은 짧은 삶도 그림이 되어지고 그림자로 변신해 가지 않을까 한다.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을 환쟁이(狂畵家)라고 할 만큼 이 글에 소개되는 조선시대 15인의 환쟁이들은 그림에 미치고 그림에 살다간 분들이다.

 

이 글에 소개된 환쟁이들은 익히 알고 있는 분도 있고 생경하게 처음 듣는 분도 있다.다양한 환쟁이들의 화폭과 당대의 사회상,신분 등을 읽어 가면서 조선 사회의 역사 공부도 되었기에 일석이조의 독서효과를 거뒀다는 자부심마저 든다.그들의 삶의 족적이 점과 선으로 아로새긴 동양화라는 예스러운 맛과 정감을 동시에 안겨 준다.

 

그들이 남긴 삶의 족적과 화폭에 담긴 의미는 그들의 다양한 체취를 풍기고,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는 DNA가 면면히 흘러 가고,호방함과 기예가 충일하며,서자로 태어나 숨소리 크게 쉬어 보지 못한 신세를 울분과 격정으로 치유하면서 우울한 삶을 살다간 사람들도 있으며,조정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유배길에서 고독한 영혼을 간결하게 전해 주고 있기도 하며,사부의 그림자에 가려 그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한 분들도 있지만,환쟁이 15인의 그림들은 15인15색을 자신들의 방식,멋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림자 속 그림,그림 밖 그림자의 안견,김홍도,장승업,예술혼으로 새긴 삶의 밑 그림자의 이정,김명국,최복,불운의 그림자,인생에 드리우니의 윤두서,이징,김시,심사정,그림은 그린 자를 그리고의 허련,임희지,신윤복,김득신,정선이 소개되고 있다.

 

그림과 관련한 한시(漢詩)가 소개되어 당대 화가들의 심사,울분,우울함,호방함,기예,예술혼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일본 예술의 시대 성과와 맞물렸던 김명국 화가는 조선보다도 일본에서 한류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고,윤두서의 경우에는 숙종 시대 정치 변고와 함께 집안이 쑥대밭이 되다 보니 은거하면서 그 울분을 달래기도 하고,허련은 추사선생을 잘 모시고 받들다 보니 그 그늘의 벽을 넘지 못한 경우도 있으며,신윤복처럼 화원 가문의 뿌리 깊은 전통으로 아무런 구애없이 그림 그리기에 전념할 수 있었으며,으스대지 않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 정선은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렸고 조선 역대 가장 많은 유작을 남기게 되었다.

 

조선시대 15인의 화가의 일생은 대부분이 중인이라는 신분으로 제대로 대접을 못받았기에 그들의 삶은 주류계층이 아닌 아웃사이더 꼴이 되고 만다.한미한 신분이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에 미친 환쟁이들은 당시 사대부계층에 비해 열등한 자신의 신분과 경제적 불평등을 그림을 통해서나마 심리적으로 해소하고자 한 흔적이 역력했다.그림을 그려 푼돈을 모으고 그 돈이 떨어지면 다시 그려 푼돈을 벌어야만 입에 풀칠을 했던 시대의 풍운아였다고 생각한다.그 우울하고 억울한 심정을 그들은 술로 시름을 달래고 영감이 떠오르면 숙달된 솜씨로 세상에 자신을 그리고 그 그림이 그림자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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