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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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작품은 <울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모든이를 뜻하는 도서의 제목은 죽음을 앞둔 모든 이들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남은 가족들에게 전하는 유무언의 메시지가 회환과 정념 등으로 가득할 것이다.시간과 세월의 무게 만큼 마음 속에 내려 앉은 모든 짐들을 훌훌 털어 버리고 실존의 삶의 마지막을 평온하게 떠나갈 것이다.이것은 누구도 예외없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이 글의 이야기는 유대인 혈통을 갖은 노인의 죽음으로 공동묘지에 하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노인은 세 명의 부인,세 번의 직업,세 명의 자식,세 번째 부인,형과 형수가 유일한 유족이다.그리고 보석상,광고 제작회사,그림 그리기가 그가 삶의 끝자락까지 해 왔던 일이다.그는 부인에게 불성실하고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잘하여 가족들은 등을 돌리고 식구들은 남편,아버지라는 존재를 식은 밥 쯤으로 여겼으리라 생각되며,유일하게 그를 배려하고 순진한 따뜻함으로 다가 오는 사람은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낸시이다.

 

딸 낸시가 장례 준비를 다 하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마지막 하관식에 이르기까지 낸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기억으로 가득찬데 반해 이복 오빠 둘은 아버지에 대한 장례식 참가는 법적으로 부자 관계라는 의무감에 지나지 않았다.그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자신들에게 냉대하게 대한 아픈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이며, 낸시의 어머니는 이혼을 한 상태이지만 함께 살았던 정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보내 주려고 했던 것에 다름없다.흔히 장례식은 조문객과 상주들로 붐비고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매우 단출하고 썰렁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을텐데,낸시의 아버지는 보석가게를 비롯하여 광고 제작회사,말년의 그림 그리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가족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나름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온 인물이지만,가정에서는 후하게 점수를 줄 수가 없다.특히 광고 제작회사를 이끌어 갈 때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1세대 차이가 나는 젊은 모델 아가씨와 염문과 동거가 이루어지고,친어머니가 작고할 무렵에도 병상을 지키기는 커녕 욕망에 불탄 나머지 젊은 아가씨와 놀아났던 것이다.낸시 어머니로부터 외면과 경멸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일선에서 물러나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은퇴자 마을로 이사를 하여 거실을 화가 스튜디오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면서 은퇴자 노인들과 여생을 소일하기도 한다.도덕적 청렴과 완벽한 판단과는 거리가 멀고,가정에 헌신보다는 외부에서의 비행과 실수가 잦았던 낸시의 아버지는 전신마취를 통한 경동맥수술에 들어가지만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한다.희미한 기억,주검에 대한 초연하려고 생각했던 그는 소년 시절의 활력을 그리면서 가족에게는 아무런 유언과 회개도 없이 삶을 마감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존재가 인간이다.그러나 한 울타리 안에 믿음과 온기를 불어 넣어야 할 아버지가 밖으로만 뱅뱅 돌고 가정에 대해서는 무책임과 불성실,거짓으로 가장한다면 그 누가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낸시의 아버지는 세 명의 여자를 얻었지만 알콩달콩한 삶을 보여 주지 못하고 끝내 남은 가족에게도 회한과 성찰의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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