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 갔다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발을 내딛는 곳이 현관(玄關)이다.현관의 신발과 신발장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고 거실에는 있어야 할 것들(TV,소파,원목탁자 등)이 고달프게 일하고 들어 오는 주인을 안스럽게 기다리는 것과 같이 평온함이 감돌고,침실과 서재,주방,냉장고,베란도 등도 말끔하고 정갈하게 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집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먹고 살기 바쁘고,귀찮고,시간이 나지 않고,눈에 띄는 곳만 대충 청소를 하고 마는 것이 일상화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의 청소는 거의가 내가 한다.처음부터 청소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시간과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냉장고 안의 야채실,베란다의 샤시 문 틈을 보니,야채실의 음식물을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 나고 베란다 문 틈은 마치 석탄을 캐는 갱도 안을 보는거 같았다.이렇게 글을 쓰는 있는 순간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청소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좋을거 같고,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공감을 얻고 (평소 타성에 젖은 부분에서)자신과 가족의 정신적 건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가옥 구조가 빌라 아니면 아파트라고 생각한다.평수가 넓고 가재 도구가 많다 보면 정리하고 말끔하게 청소를 하려면 한나절도 모자랄 것이다.너른 거실,방 3개,화장실,주방을 매일 할 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사람이 들어 오고 나가는 거실과 침실방 정도는 각종 먼지,티끌,각종 냄새를 제거하는 차원에서라도 자발적으로 치울 것은 치우고 눈에 띄는 미세한 것들은 걸레로 닦아 내기를 몸에 배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먼지,티끌을 비로 쓸고 걸레로 닦고 나면 마음 속의 온갖 잡념과 망상,스트레스 거리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마음 상태가 마치 구름 위를 나는 듯한 오묘한 기분이다.

 

스님만 청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님의 청소법'은 읽어 가면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인간이 죽어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데,세인들은 돈과 물질에 지나친 탐욕과 향유로 말미암아 과연 정신적 건강과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싶다.사족으로 요즘 한국 사회에 지나친 사회적 범죄의 원인을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돈'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카드 빚을 갚지 못한다든지 경제적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고 사회적으로는 소외가 된 자들이 세상과 융화를 못해 사회적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돈이 너무 많아서도 그렇지만 너무 없어도 정신적 행복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스님은 100일 간을 새벽 4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 9시반 정도까지 일종의 궂은 일을 통해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수행정진을 한다고 한다.마음을 수양한다는 말은 스님의 행동거지에서 온 말이 아닐까 한다.하루의 일을 좌선(坐禪) 속에 명상하면서 세속의 오욕을 씻어내며 참된 스님의 길을 걷게 되며 결국은 열반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고 보여진다.좌선이 정(靜)이라면 청소는 동(動)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씀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더러움을 제거하며 정리정돈하는 과정 속에서 마음의 때를 벗기고,심신의 건강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청소가 아닐까 한다.청소(淸掃)라는 의미를 보더라도 마음이나 외부의 환경에 쌓여 있는 먼지와 티끌을 말끔하게 제거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맑은 환경이야말로 일과 행복이 찾아 드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깨끗하고 말끔한 분위가 속에서 잡념도 사라지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지며 그 속에서 멋진 생각과 감정,글쓰기 등도 배양되지 않을까 한다.

 

집안에서 청소는 누구의 담당이라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집의 경우에는 쓸고 닦아 놓으면 큰 애가 아토피로 손,발등이 가려워 긁어대니 매일 아침 허연 '각질 가루'가 한줌씩 나온다.집사람도 깔끔한 스타일은 아니다(고백).지저분하고 더렵혀져 가끔은 짜증과 말다툼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청소하는 것이 나와 가족을 위하는 것이다라는 당위성과 체념이라는 삶의 방법을 터득한거 같다.집안 청소를 어떻게 해야지,다음에 해야지라는 귀찮은 감정과 생각보다는 매일 조금씩(5분만이라도) 치우고 정돈해 나간다면 없던 복도 저절로 찾아 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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