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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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본명 꽌모옌)의 최근작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표지 제목을 비롯하여 소,삼십년 전의 어느 장거리 경주 이야기가 나온다.대개가 중심 세력이 아닌 소외되고 천대받는 주변 세력들의 애환을 촘촘하고도 농밀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이것은 작가의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굴곡진 중국 현대사(문화 대혁명)와 피지배계층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숙명적인 고달픈 사연들이 모옌 작가의 무한한 상상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독자들의 흡인력을 파고 든다.

 

시간적인 배경은 문화 대혁명이 중국의 대지를 휩쓸고 간 뒤의 사연들이 주가 되고,강제퇴직을 당한 초로의 이야기인데,등장 인물들은 공산당 간부 대(對) 비당원 백성들 간의 이념 대립,갈등,조소,냉대라고 보여지는데,이 글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말도 안되지만) 겪는 온갖 수모와 냉대,모멸적인 언사에도 불구하고 꿎꿎하게 살아가려는 그들 나름의 생존력과 의지가 들판의 억센 잡초와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농기계 수리제작창(공장)에서 근무하던 한 딩스톈은 정년을 얼마 앞 둔 싯점에서 강제퇴직을 당하면서 그의 인생은 꼬일대로 꼬이고 노후대책은 암담하기만 하다.여우같은 마누라 등살에 못이겨 무엇을 해서 벌어 먹고 살아야 할지를 궁리하던 중 중고폐차 속을 수리하여 남녀간의 정사장으로 만들고 시간당 얼마씩을 받는 매춘행위를 하게 된다.온갖 괴성과 신음이 귀에 들려 와도 그에게는 삶을 지탱해 줄 돈이 있기에 마음 든든한 세월을 보내지만 그 일도 오래 가지를 못하고 국가에 대한 불만과 마음의 병만 커지게 되는 쓸쓸한 노후의 전조를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소이다.공산당 간부와 짜고 치는 농민들 간의 이야기이다.소,돼지,개 등의 교미 행위를 떼어 놓기 위해 수놈의 생식기를 거세해 가는 이야기가 천연덕스럽게 나온다.수소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장면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현장을 목도하는거 같다.생식기를 제거하기 위해 동물에 대한 수술경험이 있는 자와 조연자가 합심하여 거세를 거들겠지만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동물들의 절규를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나아가 거세한 생식기(고환)를 술안주로 삼는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은 못먹는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으며,거세된 자리에 염증이 생기자 농민과 소년이 동물 검역소로 데리고 가지만 결국은 소는 죽게 된다.생산대대 간부는 소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작자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내리려 하지만 머리회전이 좋은 자가 그럴듯한 변명을 내세워 처벌에서 면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 째는 문화대혁명 당시 일종의 좌천되어 산업현장과 농촌에서 노동을 통해 교화를 하던 우파들이 겪는 이야기이다.부농,지주,지식인,사회 파괴적인 분자들을 하방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내보냈는데 이로 인하여 젊은 청년들의 학업이 문을 닫고 중국은 현대화의 퇴조를 걷게 되는 꼴이 된다.이러한 와중에 우파 주(朱)라는 인물로 엉겹결에 우파분자가 되고 대왕이라는 자에 의해 악질분자로 변신하면서 그의 삶은 꼬일대로 꼬이고 장거리 경주에서 보여지는 갖은 수모와 멸시를 메타포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모옌의 작품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작가가 성장기에 있던 십대 후반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기인데 그는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방(下放)운동을 몸소 겪어야 했던 산증인이기도 하다.또한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은 넓은 논과 밭이 있는 한가로운 시골이고, 나무와 풀,채소와 농작물들이 풍성한 농촌의 현실을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생각된다.문화대혁명을 겪었을 중.장년층들의 트라우마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이를 읽는 독자는 중국의 현대 트라우마를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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