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황동규 시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고 읽은 작품도 <삶의 향기 몇 점>뿐이다.황순원작가의 친자이기에 문학적 DNA를 많이 받았겠구나라는 호기심으로 읽어 갔던거 같다.그 뒤로 도서 검색을 하다 <겨울밤 0시 5분>이라는 시집 제목이 강렬하게 다가와 그의 시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을버스 종점,미니 광장 삼각형 한 변에

얼마 전까지 창밖에 가위와 칼들을

바로크 음악처럼 주렁주렁 달아놓던 철물점이 헐리고

농산물센터 '밭으로 가자'가 들어섰다.

건물의 불 꺼지고 외등이 간판을 읽어준다.

건너편 변에서는 '신라명과'가 막 문을 닫고 있다. - 겨울밤 0시 5분에서 -

 

지금은 마을 버스가 다니는 곳은 좁을 골목길,언덕길,승객이 많지 않은 비주요노선에 한정되어 있는거 같다.휘이잉 불어 대는 겨울날 칼바람 속에 귀가가 늦어지고 걱정이 되어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겨울 밤 풍경이 애처롭고 정겹기만 하다.밤 0시 5분이 되면 대지는 북적대던 하루의 먼지,때 모두를 들이키고,다음 날을 위해 소리없이 새단장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그리고 '끄윽'하고 가게 셔터 문이 내리면 대지를 밝히고 지켜 주는 것은 하늘의 별과 가로등으로 우주의 태초의 신비감마저 감도는 시간이 밤 0시 5분이 아닐까 싶다.

 

이 시집은 총6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한과 감정,상처와 정념이 스며 있고, 자신이 내딛은 발자취 안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의 감성이 촉촉하게 그려져 있다.또한 이제 나이가 들어 가보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이 되지 않아 기억으로만 더듬어 가는 그리움의 풍경도 '아,그 시절이 있었구나'라고 입술에 미소를 짓게 하고,삶의 한 켠에서 솓아 오르는 황동규 시인만의 관성적이고 친숙한 대상에의 예찬 등을 느끼게 하고 만다.

 

작가의 오랜 친구 마종기 시인은 황동규 시인의 시학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평생 동안 자기 시를 갈고 닦아내는 그의 정성'과,'언제나 어디서나 좋은 시를 쓰는 것만이 자기 생의 최고,최상의 의미'라 믿는 그의 확신과,'사생결단으로 시쓰기에 매진하는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이라고 품평했다.

 

시는 시인에게 전해주는 영감과 시인의 품는 정성의 손길로 정교하게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한다.어떠한 대상에 대해 은유와 상징으로 보여 주는 점도 있지만,가슴을 적시고 누선을 자극하게 하는 뜨거운 감동의 시도 있다.이 시집에서는 대개가 산문적인 색채가 짙지만 시의 내용을 그림과 장면으로 환치하여 음미하고 되새겨 보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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