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유산
다치하라 마사키 지음, 김형숙 옮김 / 한걸음더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겨울의 유산’이라는 제목에 끌려 차가운 겨울밤 화롯불 옆에 앉아 선승의 선계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 갔다.행복감과 무상감 사이,무량사 토담길,건각사 산문 앞이 이 글의 핵심이다.이야기는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가미한 선계 세계의 행복감 무상감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또한 작가의 이력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그의 태생과 가정 환경,성장기,일본에서의 생활 속의 내면 세계등을 이해해야만 이 작품의 본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본명은 김윤규)

유년 시대(행복감과 무상감 사이)에서는 아버지가 승려로 있는 무량사 선방에 취학하면서 시작되고 무용 송계스님으로부터 사서오경과 한적을 익히며 한학의 초보를 익힌다. 그의 아버지는 3일에 한 번씩 절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도요지 터를 찾아다니며 고려청자,이조백자를 수집했는데 훗날 다치하라의 무작위한 도자기들이 마음속에 기억의 잔상으로 남아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절로 회상하지만,아버지의 자결로 푸르스름하게 흙빛으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마음속에 선연하게 남으며 아버지의 생애가 무상감에 의해 지탱되어 왔음을 공감하며 자결을 이해한다고 밝힌다.

소년 시대(무량사 토담길)는 안동 심상소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이야기인데 ’쪽발이’(왜소한 일본인을 조롱해서)라고 놀린 상급생을 계단 아래로 떠밀어 대고 자신을 비웃는 학생을 단도로 상해를 입힌 일도 있다.이는 작가 자신이 실제 아버지를 잃고 이혼한 생모가 일본으로 건너가 버리고 숙부 밑에서 생활하지만 정작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우울감과 고독, 비관 의식을 밖으로 표출하고 1937년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무량사의 큰스님에게 이별을 고하러 갔을때 싸늘하게 선문답으로 "문아,가거라","됐다,가거라"는 한 마디가 비열하고 추한 것에 대한 용서없는 시선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건각사 산문 앞일본에서의 생활 이야기로서 건각사에서의 선 수행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생모의 죽음에 맞춰 건각사 산문이 완성되지만 어릴때 아버지와 이혼하고 자신을 남겨 놓은 채 남동생과 일본으로 건너간 생모와는 애틋한 정같은 것은 느낄 수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환영은 일본의 藥師寺의 근처와 해외 여행지의 곳곳에서 강렬했다고 한다.

작가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내면의 세계 및 개인 성격에 비추어 볼때 그의 작품들은 일본 중세의 미적 이념에 몰입하게 만든 근원이라고 하며 일본이 제국으로부터 패망하면서 일본에서의 선의 확립이 굳어졌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치하라라는 작가 개인의 내면적인 정신 작용과 육신의 본향등을 회고하면서 그린 거라서 시대적인 상황이나 작품 속의 내용과는 차이가 나는 유년,소년,일본에서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그의 일대기와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한층 다치하라라는 작가를 더욱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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