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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어머니보다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친근감이 있어 어른이 되어서도 편하게 엄마라고 부른 때가 있었다.그런데 자식들이 자라나면서 어머니 앞에서 엄마라고 부르기도 왠지 소아적인 느낌이 들어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머리 속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처음엔 어색했지만 흰 머리가 허옇게 세고 꼬부라진 어른을 어머니라고 부르니 어머니의 모습도 제격을 갖춘거 같아 마음마저 흐믓하다.
나와 동세대이고 동향에 가까운 신경숙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고향 친구를 만난거 같다.말투도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하여 친근감도 배어나고 거칠지도 않다.은근하게 끓어 오르는 찌개와 같고 오래도록 고아져 가는 사골국물의 향기와 같다.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사춘기,청년층을 겪었던 1970,80년대만 해도 대가족제도에 아버지의 권위가 매우 강했던 시절이었다.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자식들에게 깽판을 부리고 가정살림을 등한시해도 잠깐 부부간에 옥신각신하고 말지 요즘같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이혼'현상도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다.남편과 자식,부모를 섬기고 챙기고 뒷바라지를 하면서 온갖 시름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것이 한국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서울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러 인파로 복잡거리는 서울역에서 엄마가 실종되고 만다.자식들에게 줄 갖가지 음식들을 주섬주섬 챙겨 무거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발걸음을 서울로 옮겼을 엄마는 길을 잃고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미아'가 된 상태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 서울과 시골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엄마에 대해 무심하게 대해 주었던 점을 떠올리게 되니 후회와 미안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자식들과 아버지는 엄마에 대해 솔직한 고해를 한다. 엄마가 시골에서 자식들 키우고 온갖 집안 일을 하던 시절 등을 떠올리며 엄마의 부재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신경숙작가도 글쓰기가 잘 안될 때에는 시골 마당과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때때로 전화를 걸어 엄마의 깊은 사랑을 마음으로 되새김질 한다고 한다.
엄마를 잃은 지 9개월 째가 되지만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그러는 가운데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를 응시하면서 엄마가 주는 따뜻함과 커다란 존재 앞에서 "엄마를 부탁해"라는 외침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나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존재감도 커져만 간다.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 왔던 어머니의 존재는 별빛이 되고도 남는다.의식과 환경은 어느 정도 바뀌었지만 여성은 결혼을 하여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그 자식들을 기르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낄 때,자신을 낳아주고 길러 주신 엄마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기억과 추억들을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