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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가족,친척,친구,회사 동료들과 만나 맹숭맹숭하게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얘기만 하다가 헤어진다면 삭막한 세상에서 더욱 삭막한 세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단순한 만남이든 해우(邂遇)이든 만나서 음식을 먹고 맛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건네 주는 정다움과 배려가 있다면 음식을 통해 얘기가 더욱 화기애애해지고 풀리지 않은 문제도 술술 풀려 가는 것이 인생사가 아닐까 한다.
반대로 속에 있는 얘기를 모두 풀어 버리고 상대방과 고별식을 하는 아픔과 슬픈 이벤트 아닌 이벤트도 있으리라 생각한다.속으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고 말도 섞고 싶지 않지만 그간의 정리(情理)를 생각해서 간단하나마 음식을 먹으면서 부디 좋은 길,행복을 빌어 주는 싸한 만남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되지만 대부분은 전화나 문자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다시는 보지 않을 거처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곱 개의 사연과 일곱 가지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이 글은 모두가 사연에 따른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요양원에 계시고 치매 증상이 잇는 할머니께 빙수를 사다 주는 이야기,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즐겨 찾던 삼겹살 덮밥을 애인과 함께 먹는 얘기,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출가할 때까지 홀로 남은 아버지께 된장국(미소시루)을 끓여 주는 효녀 얘기,젊은 시절 데이트를 즐기며 찾던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함께 크로켓을 주문하는 얘기,곰처럼 데데데한 남자와 동성애를 즐기는 만찬,아버지의 49제를 맞이하여 아버지가 즐겨 찾던 기리단포(일본 아키타현의 음식으로 가래떡을 꼬쟁이에 끼워 만든 음식)는 모두 지난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되살리는 훈훈한 얘기가 담겨져 있다.
반면 이별을 앞둔 남자 친구와 40세가 되는 생일 날 평생 먹어본 것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얘기는 앞의 사연과는 정반대이다.음식을 나누며 이별을 전하는 사연에서는 왠지 특이한 발상이면서 먹고 헤어지는 순간 둘은 서로에게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부부가 이혼 도장을 찍고 각자의 길로 되돌아 서는 순간과 오버랩되었다.
7편의 단편이 모두가 음식이 등장하고 사연이 있는 이야기들이다.짠하기도 하고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하고 유머스럽기까지 하다.인간의 기본 욕구 가운데 하나가 먹는 일이다.욕구를 채워야 생각을 하고 주위를 돌아볼 수가 있기 때문에 작가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사연을 전달하려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