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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1980년대 이후 태어난 2,30대층들이 자신과 이웃,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매우 궁금했다.대학 시절 이념과 사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적도 없고 정치민주화를 거치고 88올림픽 이후 탈산업화에 청소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세대들이기에 돈과 물질,여가,SNS 문화에 관심도가 크리라 생각했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이 처해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타인과의 가까운 관계가 아님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향기가 배어 있다.틀에 박힌 규제보다는 개인주의와 자유라는 흐름과 방식에 맞춰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향후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 가고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고 그들이 세태를 꼬집어 밖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돈과 물질이 풍족한 일부 계층이 아닌 힘없고 백없는 젊은이들의 일상과 생각,감정들을 소소하지만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다가오고 있다.그 어느 때보다도 삶에 재미가 없이 팍팍하게 살아가지만 그들 각자가 처해 있는 입장에서 가치관과 생존 방식으로 기존 사회 시스템을 따라 살아가려는 소시민의 모습이 잘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미월작가를 비롯하여 젊은 작가 8인이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해 잔잔한 일상을 들려 주고 있다.박진감과 기존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저항보다는 동세대와 독자들에게 '청년층들의 삶의 방식이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현하고 있다는 점이다.원룸에 살고 있는 작가는 급전을 요구하는 오빠에게 방을 내주고 시골로 낙향해야 할 상황,설문지를 돌니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이,매니큐어를 하기 위해 네일숍에 다니면서 겪는 이런 저런 상황들,작가 지망생이 바라본 신문학 세대,1980년대 대학가의 민주화 운동의 얘기,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누군가와 신나게 몸이라도 흔들고 싶다는 춤 이야기 등이 주제는 다르지만 공통점으로 느껴지는 점은 협소한 주류층에 진입하지 못한 채 남들이 알아 주지 않은 비정규성 일들에 파묻히면서 그들의 애환을 독자들과 공감하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살아 왔던 지난 20세대와 비교해 보기도 하고 현재 2,30세대가 겪고 있는 세태를 이해하고 공감해 보기도 했다.사회와 시대는 늘 바뀌어 가고 신자본주의는 맹위를 더욱 떨쳐 가면서 비정규식은 양산(量産)의 일로를 걷고 있다.2,30세대와 4,50세대 간의 소통의 부재와 대화의 단절도 2,30세대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그들의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울림이 없을 정도로 잔잔하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