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생각과 감정,이해와 사고,생존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몇 십년을 어디에서 살았든 새로운 타지를 향한 설레임과 사명감을 띤 일상은 개인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 때로는 그곳에 안착하여 살고 싶어지게끔 그만한 매력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협소하고 공기 탁하며 인간미가 없는 대도회지보다는 망망대해마냥 넓게 전개되는 수려한 풍광을 갖춘 자그마한 섬마을이라면 집뒤는 산이고 앞은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아니 가고선 못배길 것이다.

 

산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어머니의 품과 같은 넓은 바다를 동경할 때가 참 많다.바다 속에서 생산되는 싱싱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어촌의 바쁜 일손과 투박한 어민들의 삶도 뭍에서의 삶과는 살아가는 방식만 다를 뿐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그 속에서 기쁨과 만족,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어디나 오십보백보이겠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틀에 갇혀 사는 현대인일수록 바다가 주는 위안과 힐링은 어디에 비할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그만큼 바다는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섬에서 태어나고 섬에서 생을 마감하는 토박이 섬사람들은 바다와 섬이 주는 일상성과 향토적인 문화를 간직하면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탈산업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만의 생활 방식과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삶을 보노라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삶에 젖어있는 외지 사람들에겐 하나의 삶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위에 뽀얀 포말이 넘실대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포구를 향해 물살을 가르는 어민의 순박한 웃음 속에는 삶의 기쁨과 만족이 가득 배여 있을 것이다.

 

바다가 그립고 바다를 사랑하는 저자는 서해 백령도에서 남해의 자그마한 섬들을 발품을 팔아가면서 섬에 숨겨져 있는 독특함과 생경함을 통합하여 그만의 언어로 독자들에게 섬의 미학을 풀어내고 있다.느림의 미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청산도와 증도(甑島)를 비롯하여 서해 끝자락에 있는 가거도(可居島),최남단 마라도,초분(草墳)을 간직하고 있는 도초도와 송이도의 조상 숭배사상,정약전선생의 유배의 향기가 묻어나는 흑산도 등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자연환경과 생존 방식은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혜의 자연 풍광과 내리쬐는 햇살에 어부의 피부는 검게 그을러 가고 죽도록 바닷일에 매달리면서도 병원 신세 지지 않으려는 그네들의 순박하고 억척스러운 일상은 편안함과 안일함,요행을 바라고 살아가는 몰지각한 일부 계층들에겐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때묻지 않고 주어진 자연환경에 묵묵히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외지인의 손길이 잦아들면서 어촌은 때아닌 개발붐으로 어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기도 하는거 같다.즉 개발에 따른 해안도로 건설,방파제 공사,해안 모래밭의 오염과 훼손,여름철 해수욕장의 인파는 어민들의 삶터를 일그러뜨리고 (갯벌)생태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기에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면성에서 웃고 우는 자의 삶의 질적 차이는 크지 않을 수가 없다.

 

물고기들이 보금자리인 바다물을 벗삼아 유유히 유영하고 순환적으로 살아가듯 어민들에겐 바다가 토양이고 바다 물고기들이 자산이며 가치인 것이다.너른 바다 위에 평화롭게 떠다니는 갈매기들의 무리는 어선의 냄새를 배 위를 배회하고 만선으로 보잘것 없지만 싱싱한 회에다 다반사로 먹는 반찬으로 기쁨을 나누는 소박한 그들의 삶은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안겨 준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해풍이 자주 발생하고 해무가 자주 끼다 보니 일기의 변덕이 심한거 같다.일기의 좋고 나쁨,그날의 일진에 따라 어민들의 생활은 기폭이 들쭉날쭉하지만 바다 위에 떠있는 햇빛을 받으며 꼬득꼬득 말라가는 각종 어물들과 기다란 간지대에 메주가 떠가는 풍경은 매우 평화롭기만 하다.그리고 그 섬들에는 오래전부터 문인들의 숨결과 발자국이 묻어나기에 섬을 배경으로 한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그렇게도 탄생했나보다.시간이 있고 없음은 마음이 있고 없음과 같다.느리면서도 전통을 지키며 삶의 애환이 듬뿍 묻어나는 섬마을로 마음의 위로와 미학을 체험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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