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의 생명에 관한 철학 에세이
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 해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현재 나는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고 있지만 가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지를 자주 생각한다.나이를 먹어 가는데 있어 육체적인 힘보다는 정신 세계를 더 추구하고 본원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더 주목하고 깊게 사고하는데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또한 삶과 인생이 극히 짧은 유한적인 존재이기에 지식과 지혜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 인간에게 값지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우주와 지구,식물과 동물,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그 역사와 존재,특징,영향 등을 로마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글귀를 인용하면서 자연과학적인 요소에 인문학적인 생각과 감정을 혼용하여 인간과 우주,지구,식물과 동물의 세계를 음미케 하고 있기에 지식적인 요소와 사유적인 요소를 두루 체득하게 하고 있다.

 

우주의 빅뱅론과 더불어 137억 년 전에 우주의 기원 비롯되고 빛,태양,행성들의 행렬,지구,공기와 물에 대해 들려 주고 있으며,생명체의 등장과 더불어 세포의 형성과 출현,진화론과 인간의 조상들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세계와 역사를 자연과학자답지 않게 인문학적인 사유를 관조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특히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천재적인 창조적 재능과 파괴성을 갖고 있는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세상의 물질문명을 발전시킨 주역인데 반대로 자신을 길러낸 자궁을 약탈하고,지구를 파괴하며 스스로를 고문하고,노예 신세를 자처하며,동족에 대한 대대적 학살,핵전쟁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악마와 같은 야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악을 금지 못한다.21세기는 생태주의의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는데 이 점은 본인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생명이 깃들일 수 있는 행성인 지구는 44억 5000만 년 전에 등장한다.생명체에 필요한 물과 공기 덕분에 푸른 행성은 삶의 행성의 되었고 그리스에서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로 불리운다.1972년 달도 궤도선상에서 아폴로 17호가 찍은 사진은 달의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지구의 일출이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코페르니쿠스 혁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사진을 보고 있으면 감동의 물결이 온몸으로 퍼져 간다.(P243참조)

 

태양을 둘러 싸고 있는 행성들과 지구의 생명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물과 공기,구름,바닷물 등의 생성과 설화 등도 관심과 흥미를 끌게 한다.자연과학적인 요소 안에 물리,화학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저자는 알기 쉽게 개념 설명을 이끌어 가고 있다.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은 역시 자연과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이다.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스존의 유전법칙 등도 생명과 관련하여 관심을 끌게 하였다.나아가 영국의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제기한 진화론 이론에 접목한 '8대 단계'가설 분자에서 인간으로,생명 없는 존재에서 지성과 의식을 갖춘 주체로의 진화가 주요한 8대 국면을 거쳤다는 이론이다.

 

지구에 출현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세포와 유기체의 기본 틀인 루카(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는 모든 생명체의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이라고 한다.여기에는 바이러스,박테리아,청조류,규조류,운석,금,화산과 간헐천,온천,바다 거품,성경의 점토,달과 생명 등을 전해주고 있는데 인간의 삶에 깊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부작용이 있는가 하면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고 유익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간은 빅뱅의 에너지와 소립자에서 태어난,허다한 우연의 산물이다.초신성 폭발,태양계의 행성,혜성과 운석,액체 상태의 물과 대륙의 표류,DNA와 LUCA,세균과 광합성이 배출한 산소,자기권,오존층,세포핵과 성,선캄브라아기의 빙하기,원좌우대칭동물,대본기의 육상생물 출현,고생대 말과 중생대의 대재난,신생대 제3기의 포유류 부상,젖과 털,거대한 뇌를 갖고 세상을 관찰하여(아리스토텔레스여!) 사유를 하고 우리 자신을 알게 되었다.(소크라테스여!).그뿐만 아니라 서로를 죽이고,학살에 '영웅주의'니 '영광스러운 희생'이니 하는 이름까지 붙이게 되었다.! P502에서

 

비록 방대한 분량으로 엮어진 이 글은 자칫 자연과학적인 요소가 짙어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지만 우주라는 존재부터 내가 살고 있는 지구 안에 인간과 동물,식물,다양한 생명체를 갖고 있는 존재들의 아우라를 신선한 기분으로 살펴보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다행스러웠다.다만,신비롭고 경이에 가까울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성으로 문명의 발전에 획을 그었으나 동족을 살상하고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야수와 같은 기만적인 행위 앞에서는 모두가 감시자가 되고 힘을 모아 파괴의 행위를 방지하는데 주력해야겠다는 의분이 일었다.저자가 루크레티우스에게 보내는 찬미적인 시와 철학적인 사유는 우주와 지구,자연,인간이 평화롭게 오래 상생하자는 의도가 깊게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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