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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예술의 혼 - 술의 역사를 논하다
장혜영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7월
평점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혼자서든 여럿이 모여서 마시는 술은 그 때의 분위기,상황에 따라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기분은 취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젊어서는 호기로 마시고 중년을 넘어서는 삶의 곡절을 음미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로 주점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술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역사도 사뭇 길기도 한데 술의 기원,술과 관련한 에피소드,문인들의 사연들을 엿보는 것도 흥취를 더하리라 생각된다.
인류의 기원과 더불어 술의 역사도 유구하다.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뉘는 술의 역사는 수렵,채집시대의 과일주,원숭이주(猿酒)가 있고 농경시대에 들어와서는 의적(儀狄)과 두강(杜康)에 의한 술 발명이 있었다고 한다.효모와 교접하여 발효된 술이 과일주이고 원숭이술은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저장해둔 과일에 효모가 들어가 발효된 천연 술이며,곡식을 이용하여 빚은 술은 의적과 두강에 이르러서 등장하고 있다.
술은 신경계통을 흥분히시키고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흥분을 억제 내지 마비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술의 발견으로 말미암아 과학,문학,예술,민속,정치 등 인류의 사상과 물질문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는데, 요근래에는 술이 소비재로 둔갑하면서 문화적 당위가 홀시(忽視)되고 있기도 하다.
이 도서는 술과 신의 관계,무속예술의 관계,술과 예술의 탈종교화,연극예술과 술 그리고 무속,술과 행로(行路)문학,술과 상업,예술로 나뉘어져 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관련자료와 문인들의 삶을 통해 술이 갖는 문화성을 다채롭게 엮어 나가고 있으며 술이 인간에게 의식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보다 고양시키고 문명을 이끌어 가는데 촉매작용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술의 역사가 중국에서 시작되면서 술의 신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인류의 물 숭배와 신의 탄생,용 문화,술과 여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성경의 창세기 7장의 대홍수,여성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양수,한국의 생식기숭배의 역사와 관련한 제천 박달재의 남근목(단군신화)이 있다.특히 중국에서는 바람의 신을 달,별과 연계시키는 민간신앙이 있으며 물과 바람은 술을 만드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가 있다.특이한 점은 술과 무속신앙에 있어 무당이 승천하기 위해 비둘기모자를 쓰고 새의 분장을 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술이 신을 위한 제주(祭酒)에서 인간을 위한 술(飮酒)로 전이하는 과정을 볼 수가 있는데 춘추전국시대,위진남북조 시기,송나라 시기를 넘어서 완전하게 인간이 마시는 기호 식품으로 전이가 된다.이러한 과정에서 고조선의 공무도하가의 공후인은 권력에서 배제된 무당의 비참한 생활상을 노래하고 있으며,고려는 불교가 왕궁에서 산간벽촌에 이르기까지 깊게 침투하면서 종교적 색채가 짙고 무속과 깊은 관련이 있다.위진남북조시대에서는 음주풍속이 어느 시대보다도 성행했고(죽림칠현),당나라에 들어서 문학예술과 술 문화가 돋보이는데 시인 이백과 두보의 시에 잘 나타나 있다.송대에는 연극예술과 술,무속에서 인위적 환경의 관계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과 술,예술은 도로와 상업의 발달에 힘입어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고 시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술의 문화가 발달되었음을 알게 된다.당대의 과거제도,고려의 우역로(牛驛路),조선의 도로교통망 10대 간선으로 재편 등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조선시대에서 한시와 기행문에서 술과 행로문화가 눈에 띄는데 주막이 발달하지 않고 술을 등에 짊어지고 가면서 읊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구한말에서는 망국의 설움을 통탄하는 시가 위주이고 흥청망청한 취흥은 배제되어 있다.이에 반해 당송시에서 보여주는 행로문학의 특징은 길을 떠나는 시작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술과 시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선 도시(城市)와 함께 술의 상업성이 발달되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술의 상업성은 송대에 이르러 "상업혁명"이라고 할 만큼 눈부신 성장을 보여 준다.조선의 경우 수도 한양의 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주는데 상업과 수공업,도시문화를 향유할 경제력이 부족하다 보니 술과 같은 기호품을 마시고 즐기는 여유는 힘과 권력을 갖은 일부 궁중에서 이루어지고 일반 백성들은 먹고사는 데 급급한 생계형에 가까웠던거 같다.물론 집에서 손수 빚어 반주로 마셨다고 하지만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는 술이 주점의 형태인 고급요정의 형태를 취하고 문화오락과 예술을 즐기는 음주공간으로 바뀐 것은 고작 일제강점기 때부터라고 한다.주점,음식점,다방과 커피숍,기생집,극장과 백화점 등이 유흥 공간으로 변해가고 이에 따라 문학,예술,공연예술 등의 문화 전반에 걸쳐 술의 상업성이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술을 마시는 데에는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다.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연극,문학작품,행로에 있어 한차원 높은 문화의 향연을 고양시키는 데에 커다란 작용을 했다고 본다.과일주,곡주가 탄생하면서 술은 분명 인간에게 여러 가지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현대에는 술이 상업성과 더불어 소비자의 소비재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적당한 음주를 통해 정신 건강과 흥취를 더해 가면서 삶을 풍요롭게 이어간다면 좋을텐데 과음으로 인해 사회부작용을 야기하는 불건전한 음주 문화는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폐해를 안길 수가 있기에 그 옛날 당.송시대,고구려,고려,조선의 문인들마냥 음풍농월하는 유유자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었으면 한다.술과 예술,문화에 대해 역사와 의미,가치를 발견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