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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표제어 '잠복'을 놓고 과연 이 도서에서는 어떠한 소재로 글이 전개될지를 상상하고 추측해 봤다.또한 작가가 말한 "나는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읽어 내려 갔는데 8편의 단편 하나 하나 사건 사고가 잔잔하고 마치 흑백 영화 속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남녀간의 애정 행각이 나타나고 등장 인물들도 커다란 굉음,스릴 넘치는 반전의 효과보다는 일본인만이 갖고 있는 인고(忍苦)의 관념도 함축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시대가 종전 직후의 일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신문사 전화 교환원,카페 마담,술집 여자,보험 설계사 등이 여자 주인공으로 나오고 남자 주인공들은 육체적 노동자로부터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지금이야 마음에 맞지 않으면 쉽게 이혼하는 세상이지만 이전엔 유부남이 몰래 첩을 거느리면서 버젓하게 자식을 낳아 기르다 들통이 나면 사니 못사니 한바탕 실갱이를 벌이다 없었던 일로 되버 버린 경우도 왕왕 있다.일종의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지만 나약한 아내 및 여성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 주는 행위는 가련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배우의 꿈에 방해될까 살인을 저지르는 배우 이뇨료키치의 얼굴은 명예를 위한 수단이면서 파멸을 부추김을 알게 하고,강도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방으로 떠난 유키 형사가 범인의 아내가 범인 앞에서 생기있고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광경을 지켜 본다는 여자의 처지를 그린 잠복,첩을 내쫓고 도의상 들여온 세 자식을 본부인과 코드를 맞추어 불륜,아동학대,살인,아동유기죄를 보여주고 이는 주인공의 내면에 '내 아이가 아닐거야'라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의 귀축(鬼畜),잘못건 전화로 살인사건 범죄자의 목소리를 듣는 목격자 전화 교환원인 도모코가 신고할 것이 두려워 살해하는 내용을 담은 목소리,보험설계사로 알게 된 스무라사토코는 무능력과 알콜중독,바람끼에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하여 세상의 동정을 사는 일 년 반만 기다려,긴급피난의 본질을 그린 카르네아데스의 널은 소장학자 구무라가 은사인 오쓰루와 다시 학교로 복직하는 것을 도와야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정부인 스미코가 오쓰루를 고소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협곡에서 동반 자살한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 지방 신문을 구독하다 작가 스기모토에게 발각되는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로 되어 있다.
8편의 글이 인간의 내면과 정신 세계,사회성 짙은 사건.사고를 그려 내고 있다.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부산나케 범죄 수사를 위한 초동단계부터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탐문과 단서 발견,용의자가 압축되어 쇠고랑을 차게 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데 이 글이 관통하는 것은 사건이 일어나기 행각과 사건이 일어난 싯점을 세밀하게 그려 나가되,결말 부분은 인간의 내면과 정신 세계,선과 악,죄와 벌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그려 가고 있다.또한 이야기의 시대 상황이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이기에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짙게 깔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그중에 귀축은 인간이 갖고 있는 마성과 축성의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이고 윤리와 도덕,책임을 묻게 하는 이야기이기에 오래 남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