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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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책과의 만남은 국민학교 2학년 시절이었던거 같다.학교 수업이 끝나고 비포장 길을 따라 절친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친구는 잠깐 나를 위해 먹을 거리를 사온다고 하꼬방에 간 사이 당시 대학을 다니던 형의 책꽂이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신간도 보였지만 문학 전집,법률 서적 등이 묵직하게 정렬되어 있었다.내 머리 속에는 책을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어려운 책들을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기에 마음 속에서만 새싹이 돋아나듯 책에 대한 동경과 친근감이 새록새록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독서반,중학교,고등학교 때는 문예반에 가입하여 책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초지일관을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어 버렸던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그래도 중학교 시절 군(郡)단위 글짓기 대회에 나가 우수상을 타게 되어 내심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다.다만 글을 읽고 줄기차게 독후감과 토론을 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책을 좋아할려고 생각은 굴뚝 같았는데 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교과서와 참고서가 전부였고 결국 절름발이 독서였다고 자탄해 본다.

 

봉오리는 미래의 꽃이야.꽃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적당한 온기와 정성으로 피어나는 순간을.펼쳐져 세상에 드러나 보이는 순간을 기다리는.사랑으로 똘똘 뭉친 조그만 주먹.그게 바로 너야 - 본문 -

 

모든 행위에는 의지와 열정,정성과 애정이 담겨져 있지 않으면 안된다.아울러 밥과 반찬을 먹을 때에 편식을 하면 건강에 해롭듯이 책을 읽는 데에도 편독을 해서는 정신건강에도 해롭고 양두뇌 구조가 활성화 되지 않아 편협한 생각과 감정,이성을 갖게 되어 버릴 것이다.폭넓은 독서를 하고 어려운 도서라도 도전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고 읽어 나가려는 의지력이 참으로 중요하다.특히 21세기는 인문과 자연과학이 어우러진 통섭의 독서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개인의 표현력과 창의력이 바탕이 책읽기에서 비롯되고 배경지식이 쌓여져 가면서 개인과 사회는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리라 믿는다.

 

엄마 없이 아버지와 언니,주인공(오즈마)가 살고 있는 오즈마 집에는 예닐곱살 시절부터 무려 13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가 딸에게 하루 10분 남짓을 동화책부터 다양한 도서를 구연 동화 하듯 읽어 주는 자상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부녀(父女)간의 3218일간의 독서 일기는 읽는 내내 독서에 대한 긍정적이고 강렬한 자극과 세상이 환해지는 감동의 물결이 다가왔다.다행히 오즈마의 아버지는 도서관 사서직 및 학교 교사직에 있었기에 학생들을 애정으로 가르치고 기르려는 마음이 딸에게 온전하게 전수하고 있다.딸이 아버지가 들려 주는 이야기가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미래에 대한 도전,타인과의 관계,인격 형성 등에 유무형으로 영향이 갈테고 살아 있는 참교육을 받았기에 다행스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5년 가까운 시간과 세월을 책을 놓지 않고 읽어 내려 가고 있다.편독을 하지 않으려 다방면의 독서를 하고 있는데 서평단으로 선정된 도서는 기한 마감에 쫓길 때가 있어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그러다 보니 도서가 갖고 있는 주제를 놓칠 때가 왕왕 있고 내 삶의 경험과 절충하여 표현하지 못하는 후회와 안타까움도 있다.책읽기는 다독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독(精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現)'이라는 말을 늘 머리 속에 간직하고 실천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다만,내가 읽었고 읽고 있으며 읽을 예정인 양서(良書)는 오래도록 보관하여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물려 줄 예정이다.

 

요즘처럼 세대간 대화,소통의 단절이 심화되어 가고 사회 구성원간의 이질감이 팽배하여 살아 가는 맛이 무미건조한 시대에서는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책읽기를 통해 이웃과 동료,타인과의 소통을 열어 나가고 닫혔던 관계가 저절로 열린다면 그만큼 사회의 문화 척도는 한단계 오를 것이고 책읽기의 대중화를 통해 사고력과 성숙한 시민 사회의 구현을 이루리라 기대를 한다.인간이 밥을 먹고 활동을 하고 잠을 자는 일상이 반복되듯 책읽기의 행위도 짬을 이용하여 쉼없이 읽고 반추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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