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 축제의 밤
문홍주 지음 / 선앤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사회는 대단히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자칫 헛눈질이라도 하면 코베어 가는 세상이다.사람과의 관계가 단순한 이해관계를 떠나 언제 어떻게 이용만 당하고 소외될지 모르는 세상이다.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집에서 한발자국만 내딛어도 CCTV가 인간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기에 사회안전이라는 차원에선 고맙기 그지없지만 때론 개인의 표현과 관련해서 불편한 점도 있는게 사실이다.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부류도 있을리라 생각한다.나아가 예산을 아끼려는 날림공사,노후화된 건물들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길을 걸어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언제 어떠한 형식으로 물체로 인한 상해의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무방비 상태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또 올것이 왔구나라는 탄식이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삼풍사고가 일어나기 전해 성수대교 붕괴로 통근과 통학을 하던 승객들이 잘려나간 교각 아래로 비명사했고 그 슬픔과 원망이 채가시기도 전에 어느 정도 먹고 산다는 강남의 꽃,삼풍백화점이 무너질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삼풍이 무너진 날(6/29 목)은 근무라서 토요일을 이용해서 강남터미널역에서 하차하여 삼풍의 참상을 목도했는데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비극의 진실이 아슬아슬하게 눈앞에 다가왔다.

 

삼풍백화점 A동과 B동이 폭삭 주저앉고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상태에서 화약과 같은 매캐한 냄새와 코를 찌르는 연기,중장비가 동원되어 건물더미에 깔린 희생자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분주하게 돌아가고,삼풍 뒤의 삼호아파트,법원 건물은 강건너 불구경하기라도 하듯 무척 대조적이고 한량스럽게 보였다.사건사고를 조사하는 기자나 관련자가 아니기에 내 머리 속에선 건물을 어떻게 만들었기에 지은지 10년도 안된 건물이 맥없이 분해가 되고 저녁거리,쇼핑을 하려고 나온 이웃 아낙네,아이들만 희생양이 되었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건물주,시공사,관할관청,시청관계자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분노가 일었다.

 

삼풍이 무너졌던 것은 어쩌면 예견되었던 일이 아닐까 한다.삼풍이 건물을 완공하고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가(假)사용 승인을 받으며 영업을 시작했고 준공검사는 가승인이 난 후 7개월이 지난 뒤였다고 한다.저자가 적시했듯 설계상 용도와 완공 후 용도가 사르거나,건축 면적을 초과했거나 건축 자재가 허가 때와 다른 경우가 준공검사를 못받으며,삼풍건설의 도급한도액이 96억원이었는데 건설공사비가 도급한도액을 훌쩍 뛰어넘어 230억에 육박했다는데 이것은 분명 관계기관의 담당공무원과 삼풍관계자간의 모종의 눈감아 주기에 따른 물질적 뇌물이 오고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삼풍건설 회장이었던 이준씨는 건설업계에서 화려한 경력으로 상급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다만 그는 상품백화점 이전부터 1968년 550평 규모의 슈퍼마켓 도입,세운상가 준공 등과 관련하여 승인절차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 놀랄 뿐이다.그가 군인출신으로 대외적으로 인맥이 두텁고 그에게 편의를 제공할 만한 자들이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건물은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에 준공검사는 필수사항이고 미승인 상태에서 영업을 했다는 점은 모든 것을 돈으로 생각하고 돈만 벌려 하는 악덕사업자에 불과할 비루함의 존재임에 틀림없다.

 

1970년 와우아파트 준공 20일만에 붕괴 사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건물이라는 건물,교각들은 과연 안전한지,시공회사,관할 감독관청 등은 정기적으로 건물진단과 검사를 시행하는지를 묻고 싶다.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보통 사람들과 기업들이 '새 역사를 창조하며'를 부르짖으며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진전되었지만 기업과 관련 공무원들간의 담합과 물질적 수수작용으로 애궂은 일반인들만 희생과 트라우마를 안아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삼풍아파트 사고 직후 생존자 구출이 가시화되면서 이름난 국회의원님들은 구조현장에 있었다라는 생색을 내려 억지포즈를 취하고,쓰러진 건물잔해에서 발견된 삼풍 설계도면에선 삼풍 백화점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그것은 충격적이었다.밝혀진 진실은 거짓보다 상상을 초월한 추악과 비루함에 지나지 않았다.삼풍은 상가건물로 별도의 대들보를 사용치 않고 오로지 기둥만으로 무게를 분산시키는 무량판(無梁板) 구조로 지어졌으니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가 없음을 명약관화하지 않을까.브레이크없는,불법개조한 자동차를 몰고 나간 이들은 그대로 도로를 질주한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고 본다.

 

삼풍사고가 나면서 부상자와 희생자,건물잔해에 깔린 희생자들이 무사생환해 주기를 유족들은 빌고 빌었지만 아까운 생명은 멀고 먼 세상으로 가버리고 만다.건물이 무너지고 귀금속과 돈을 노린 좀도둑이 들끓고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자들이 겸허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제대로 된 사과를 유족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서로 책임전가만 급급하고 결국 구조작업은 정부가 나서야 할 차제로 번지게 된다.얼마나 답답했으면 유족대표들은 사건의 대책위원장을 서울시장에서 내무부장관(당시)으로 안되니까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을까! 당시 서초구청장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은 일벌백계해야 마땅한데 지능범과 같이 요리조리 법망을 잘도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와 같은 존재이기에 잡을 수가 없어서인지 관련자들은 책임도 묻지 않고 승승장구하여 잘먹고 잘살고 있다는 아니꼬운 소식만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삼풍백화점 자리에 희생자의 넋과 혼,다시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령제를 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슨 까닭,조화인지 삼풍백화점에서 멀리 떨어진 양재역 부근에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냄비 근성이 강한 한국인은 사건사고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쉬이 옛 일을 잊으려 하고 입에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모든 일은 과거보다 나은 현재,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이고 도정(道程)이다.과거를 통해 교훈을 배우고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인간의 질높은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삼풍의 아픔은 사라졌지만 삼풍으로부터 사회의 의식구조와 물질만능의 폐단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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