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살고 싶은 집
개인적으로는 시골 초가집에서 태어나고 고교 시절 기와집으로 바꿨다.기와집에서 10연간 살다가 지방 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역시 기와로 된 고가(古家)에 살다 대학과 신혼 시절까지 또 10여년을 전세라는 단독주택을 거쳐 현재 아파트에서 내 집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집의 형태가 어찌되었든 신발을 벗고 마루를 딛고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이제 보금자리에 왔구나'라는 자족감이 충만되었을 때 내 집다운 내 집이 아닐까 생각한다.집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지만 개개인의 가정에서 모든 꿈과 생각과 감정,이성과 논리가 발아되고 가족간에 몸을 비비고 기쁨과 슬픔,화남과 즐거움,만나고 헤어짐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초가집은 벽이 흙으로 되어 있고 봉당과 툇마루가 있으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군불과 함께 아랫목이따뜻해지며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여 한상에서 밥도 먹고 몸을 비비며 잠도 자는 정이 생기는 곳이다.이에 비하면 아파트는 생활의 편리함은 있지만 이웃간에 소통과 대화가 단절되고 개인의 생각과 표현,이기적인 본능이 앞서는 곳이기도 하다.어떠한 형태의 집이 좋으냐 나쁘냐는 차치하고라도 살면서 정이 들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정처가 살아 있는 곳이라면 바닥에 등을 대고 창밖에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면 소박한 호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한참 일할 나이에 있다.아이들은 커가기에 교육비도 많이 나가고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준비를 해야 되는 시기이기에 건강을 우선시하면서 타인들과 양호한 관계를 맺으면서 경제적 수익을 생각하지 않으며 안되는 시기이다.현재의 아파트가 분양을 받으면서 본의 아닌 동향집이다.정확히 말하면 동남향이 아닐까 한데 여름엔 햇빛이 아침 일찍 베란다를 쏟아 붇고,겨울엔 베란다에 햇빛이 아침에 들어 오지 않아 을씨년스럽기도 하다.그래서 머리 속에서는 남향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와 노후 준비가 된다면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 터를 잡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원 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메일로 지은 집.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이 글은 참 재미있게 구상하고 지어진 집이다.일선 국어교사인 송승훈 건축주와 이일훈 건축가가 이메일로 집에 대한 생각과 구상을 편지 형식으로 주고 받은 은밀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용성을 내세운 집짓기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지루한줄 모르게 하나 하나 읽어 가면서 건축주와 건축가의 문체와 생각,감정을 발견하고 건축가의 자상하고 친절한 경험담과 건축주가 구상하는 집에 대한 전체적인 생각과 구상이 잘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된다.또한 국어교사답게 서정성과 함축미가 담겨 있는 글을 보여 주기에 읽는 즐거움과 상상력도 배가 되었다.
잔서완석루는 '낡은 책과 다듬지 않은 돌로 지은 집'이라는 의미인지 새로 지은 집에는 서가로 뒤덮여 책향기가 물씬 풍긴다.흔히 건축의 외형과 재질만 보고 집의 경제성을 판단하는데 자신이 먹고 자고 생각에 잠기는 집이라면 집을 짓을 재료 하나 하나도 자연과 호흡을 하고 친환경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고 건축재료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보수할 능력이 있어야 집으로서 구색과 자격을 지닌다고 생각된다.
집이란 '어드메 한 구석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본문에서 -
상념이 깃들고 사람이 찾아오고 헤어지며 그리워하고 정을 나누는 인간과 자연이 친화적으로 숨을 쉬는 건축 공간은 우선 경제력과 사후 관리가 중요할거 같다.지역에 따라 공사비가 천차만별이고 재료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겠지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자금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어 놓고 먼지만 풀풀 날릴 것이다.또한 집을 지으려면 건축가의 조언을 충분히 듣고 시공사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007년 5월 2일 ~ 2007년 12월 30일까지 공사 진행 일지도 가관이었다.건축가가 꼼꼼하고 주체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집을 지어 놓아도 이웃간에 채광 등의 문제로 시비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집짓기를 하기 전에 집의 쓰임새,모양을 비롯하여 공간에 해당하는 마당,침실,욕실,서재,거실,대문,툇마루,옥상,베란다와 구석구석에 대한 생각도 물샘틈 없이 잘 꾸며져 있다.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
개인의 소득과 지식,표현의 자유가 커지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도회지보다는 바람과 물,공기,땅과 하늘을 제대로 응시할 수 있는 교외(郊外)에 터를 잡고 자연과 생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자신만의 건축 공간은 생각만 해도 마음 설렌다.또한 아무리 좋은 집,환경을 갖추어 놓았다 하더라도 집에는 늘 보이지 않은 먼지가 켜켜히 쌓여 가기에 사후관리도 중요할 것이다.바람과 공기에 의해 시간과 세월 속에 집은 하나 둘 물이 스며들고 녹이 슬며 노후화되어 가기에 예방과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채광이 잘 들고 바람이 쉬어 갈 수 있는 전원주택이라면 상념과 감정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과 행복도 커져만 갈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