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든 '독불장군'이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출세지향적인 생각이 어느때보다도 팽배한 요즘에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돌봄의 여유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부모형제끼리의 왕래나 인사도 많지 않고 기념일이나 상이 당해야 마지 못해 가봐야 하고,형제,친척끼리도 서먹서먹하고 형식적인 인사로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좋든 싫든 생계를 위해 뛰어야 하는게 세태가 아닐까 한다.물론 부모형제끼리 우애와 왕래가 빈번하고 혈육의 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돈과 물질,출세지향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물질적,정신적 여유가 거의 없다는 사회 구성원간의 교류,왕래가 부족하다는 것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살율 1위,행복도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은 경제 위기와 함께 부자와 가난한 자의 부조화와 불협화의 커다란 간극,아파트 및 고급빌라가 들어서고 담장이 쳐지며 이웃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누가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나와 가족 위주로만 생각하는 세태에서 진정한 공동체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TV를 비롯한 매체에선 지치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격려의 소리만 있을 뿐이고 동정과 위로,연민의 따뜻한 말과 손길은 없는 것도 눈에 띈다.'힘내!'라는 말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가 죽고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더 이상 재기할 가망이 없는 이들에겐 '힘내!'라는 소리는 한같 공허하고 뜬구름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소외되고 재기가 어려운 이에게는 두 손을 마주잡으며 그 사연을 충분히 들어주며 살아갈 방도를 함께 생각하고 사회에선 더 이상 낙오자가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할것이다.그 어느때보다도 사회 구성원간의 위로와 연민의 정을 보여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돈과 물질,권력으로만 서열을 매기고 절대 다수인 서민층은 늘 허리띠 졸라매고 살려고 해도 상층부에선 '아서 먹고 살아라는 식'이니 삶의 질도 떨어지지만 팍팍함만 가중될 것이다.

 

개인 및 사회에는 위기라는 문제가 늘 상존한다고 생각한다.개인이 할 수 없는 능력밖의 일은 사회와 국가가 대신 채워주고 위로하며 함께 살아가자는 희망을 심어 주어야 제대로 된 타력본원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돈과 물질을 기초로한 신자본주의 그늘 하에서 서민들에겐 절대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치는 마당에 돈과 물질,힘이 넘치는 부류들이 이들을 감싸 동류의식을 한껏 발휘해야 하는 것도 타력의 본질일 것이다.

 

작가 이쯔키 히로유키는 태어난 환경,성장과정이 그리 유복하지는 않은거 같다.만주에서 태어나 조선에서 일본의 종전을 맞이하면서 부모를 여의고 홀로 일본으로 귀환하면서 방랑객과 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는거 같다.대학시절엔 학비를 제때 못내어 제적을 당하면서 수많은 고뇌와 갈등,방랑을 거듭하면서 작가로 거듭나기까지 삶의 굴곡이 컸는데,그에게 힘이 되어준 15세기 일본의 3인의 종교가(불교)는 그에게 위로를 주고 희망의 끈을 안겨준거 같다.즉,정토교의 호넨(法然),진종(眞宗)의 확립자인 신란(親鸞)과 렌뇨(蓮如)의 신앙에서 그는 삶의 좌절 속에서 희망을 찾고 그들을 마음의 스승으로 여기는거 같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불가사의한 감각을 맛보며 자신을 초월한 우주의 파동 같은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앗'이라든가 '아아'하고 한숨을 내쉬며 돈오의 세계로 들어갈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순간 온몸에 활력이 넘치고 흥겨워지는 느낌이 들며 신진세포가 늘어나고 활기를 띠는 순간이 있다.그것은 기묘한 감각이고 우주 속의 티끌과 같은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기도 한다.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안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 본문-

 

특히 저자는 렌뇨의 사상에 흠뻑 빠진거 같다.원리원칙적인 신란보다는 모순 투성이이지만 현실감각을 제대로 흡수하여 살아가려는 렌뇨의 융통성 있는 삶의 기질이다.현실과 어떻게 타협하고 타협하는 인간에겐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서 현실과 부딪히게 되고,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살리면서 자신도 살리는 길을 필사적으로 찾아던 것이 저자의 삶의 이력이 아닐까 한다.노(老)작가답게 삶의 실타래와 사연,지혜가 100가지 단상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그 무엇이 최고이고 이상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제대로 보듬어 줄줄 아는 관용과 위로의 정신이 진정한 타력본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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