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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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단열하면 떠오르는 것이 문단열 챈트 영어교수법이었고 강사와 게스트가 하나가 되어 재미있고도 효과적으로 진행하던 기억이 있다.또한 약간은 비음(鼻音)에 가까운 소리에 이국적인 풍모가 흡인력이 있었던거 같다.한동안 저자가 매체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의 삶에도 굴곡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인생의 스텝이고 정해진 이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가 잉여(할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사람)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를 부제로 내놓으면서 읽어가는 속도는 있지만 내면에 숨겨진 그만의 내공은 가벼운 깃털로도 보이지만 켜켜이 내려앉은 삶의 무게로도 다가온다.독자에 따라서는 글의 내용을 전부 소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쓸모없는 이야기 역시 없다.쉽게 말하면 청산유수와 같이 졸졸 흐르는 물줄기와 같지만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 된장국과도 같은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것도 숨길 수가 없다.

 

저자도 나와 거의 비슷한 연배이다보니 시공간은 다르게 살아오고 있지만 한 풀 한 풀 벗겨보면 역시 동세대인으로 살아왔다는 느낌이 강렬하다.글의 소재 및 내용도 위트와 유머,풍자와 은유,반어법이 뒤섞이면서 싫증나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그만큼 글의 내용이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친다.그리고 시간과 세월 속에 쌓여진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때론 뭉클한 감동도 안겨 준다.

 

아버지와 아들은 낯 뜨겁게 눈 맞추고는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평생 단 한번,죽음 앞에서일 것입니다.모든 아버지는 등으로 말합니다. - 아버지의 등 -

 

아버지의 등을 읽으면서 중국의 작가 주쯔청의 아버지의 뒷모습이 오버랩된다.고단한 일상이 가족들을 위한 것이고 말 수가 적으신 아버지이지만 사회제도와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시며 아버지와 아들의 삶은 비록 다르지만 그 생각과 감정,지혜의 샘물이 오롯이 아들에게 전해져 가는 행로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나 또한 아버지와 얼굴을 맞대고 사랑스러운 대화나 자상한 얘기를 듣지 못한 채 훌쩍 어른이 되어 버렸고,아버지는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자식에 대한 깊고도 사랑이 넘치는 한마디가 전부이셨다. "해준 것은 없지만 부디 너희 부부 행복하게 잘 살아라" 였다.그리고 아버지 임종도 못하고 염을 할 때 나뭇가지마냥 비쩍 마른 몸에 여기 저기 주사바늘자국으로 시퍼런 멍이 가시기도 전에 아버지는 아기와 같은 체형으로 변해 버렸다. 대화다운 대화가 부족했다면 내가 돈이라도 많이 벌어 병원비라도 잘 대주었던들 후회가 덜할텐데라는 자괴심만 부쩍 늘어만 간다.

 

인생은 악기와 같이 조율이 필요하고,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안주고,일상에서 얻은 깨달은 소소한 지혜,슬픔을 축복으로 바꾸는 자세 등이 문달열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단상들이다.그 또한 사업실패와 암선고라는 고난과 시련이 있었기에 삶이란 평탄한 것이 아닌 오르락내리막 하는 비탈길과 사행(蛇行)길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겸허하게 느꼈으리라.

 

아픔과 고통,실패의 쓴맛을 맛보았기에 반복되는 소소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그는 마중물과도 같은 소중한 지혜를 건져 올렸다고 생각된다.그리고 인간의 삶은 누군가의 삶과 지혜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살아가기도 하고 그 지렛대가 방향타 및 나침반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삶의 실수와 실패,자신의 겪는 아픔과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반면교사의 작용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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