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갯벌
오준규 지음 / 계간문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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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윤택한 삶을 구가한다는 차원에서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야누스적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군산- 부안간 간척토지는 1991년 노태우정권시에 국책사업으로 명명되고, MB정권 들어서 이곳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라는 거대한 명칭으로 탈바꿈하였다.이는 용지를 매립,기반시설 조성에서 내부개발 및 조성 사업으로 전개한다는 사업구상과 함께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대거 항의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강력 밀고 나갔다.

 

 

 

 

갯벌에서 막 채취한 각종 패류들을 바쁜 손놀림으로 하나 하나 분류하는 아낙네의 하루의 고단함과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이 되고 생계가 유지되기에 그날의 실적에 따라서는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그래도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것이 한껏 묻어남을 느끼게 한다.

 

 

 

 

갯벌에서 잡은 패류와 근해에서 잡아 온 각종 물고기들이 횟집 주인이 종류별로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손님들의 주문에 일손이 바빠지고 손님들은 갓잡은 해산물들이 싱싱하고 저렴해서 기분 좋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들 것이다.

 

 

 

 

어민들의 생계 수단이고 일터였던 갯벌과 근해는 묵직한 기중기가 들어서면서 터잡이가 한창이다.군산에서 부안간 33.9km 방조제가 시작되고 간척토지와 호소를 조성할 예정이다.

 

바람이 불면 바다의 소리가 들렸지만 이제는 날리는 모래알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 본문 -

 

 

 

죽은 갯벌 위에는 각종 패류들이 앙상한 몰골로 변해 마치 '킬링 필드'에서 희생된 유령들의 모습과 흡사하다.처함하고 난장판으로 어지럽게 널려 있는 패류들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패류가 어민의 생계 수단이 되고 일반인들의 입맛을 살려준 일등 공신인데 간척사업과 함께 사라져 간 갯벌 속에서 생존해 왔던 모든 생물들이 다시는 볼 수가 없다고 하니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막 잡은 어패류들의 집하 장소인 공판장이 폭격 세례를 받아 공허하게 보이고 공판장 앞에는 각종 어망들이 난잡하게 뒤섞여 있다.한때는 이른 새벽 일어나 그날의 일진을 기원하고 기세등등하게 파도를 가르며 고기를 잡으러 갔을 어민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좁은 국토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경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산과 들,갯벌들이 무참하게 잘려 나가고, 삶의 터전을 잃고 만 어민들의 시름은 무엇으로 달랠 것이며,한 번 훼손된 생태계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 훼손된 생태계로 말미암아 인간이 받는 저주스런 재앙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도가 변하고 육지가 많아진 것이 아닌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통감한다.자연의 품을 안고 태어난 인간이 자연의 품을 배척했으니 다시 자연과 가까워질려면 또 얼마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단 말인가? 돈이 되고 삶이 윤택해진다고 마구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는 최소화해야 마땅한데 무분별한 것이 통탄할 노릇이다.국책 사업의 주체자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러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그 재앙과 후유증은 누가 감당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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