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고 우는 까닭 - 옛 노래에 어린 사랑 풍경
류수열 지음 / 우리교육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터놓고 할 수가 없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도 속으로 애간장만 끓게 하는 시절이 있었다.그 옛날 고려,조선조의 남녀 사이의 연정은 말그대로 속으로 삼키고 꿈에서나 만나야 하고 은유적으로 입으로 흥얼거리는, 처량하고도 애틋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는 읽는 가운데 당사자의 마음을 읽게 되고 그 입장이 되어 한 번쯤 뒤척이고 잠못들 때가 있으리라.

 

"닿을 수 없는 거리"와 "이룰 수 없는 거리" 때문에 그리움이 생기고,그 그리움이 우리 목숨을 솟구치게 만드는 삶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 본문에서 -

 

고려와 조선 시대에 불려지고 전해져 오는 구비문학은 실제로 만나 농탕하게 사랑을 나누고 자유스럽게 당사자끼리 혼인을 맺는 게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젊은 청춘남녀들이 불타오르고 끓어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애욕은 그리움과 상사(相思)의 병만 더해가고 이를 구비로서라도 그 마음을 전케하니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초보적인 형태는 열정,친밀감,책임감중 하나만 있으며,열정만 있는 매혹감,친밀감만 있는 상태는 호감,책임감만 있는 상태는 공허한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다.나아가 친밀감과 책임감만 있는 사랑은 우애,열정과 책임감만 있으면 육체적 사랑,열정과 친밀감만 있으면 낭만적 사랑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린다.

 

 

사월을 아니 잊어 오는구나,꾀꼬리 새여

 

무슨 일로 우리 임은 나를 잊었는가 <동동> [고려가요]

 

SNS,문자,메일,전화 등 광속도와 같이 요즘 사랑의 속삭임은 빠르게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 함께 사랑이 싹트고 성장하고 식어가기를 반복한다.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와 같은 요즘의 사랑은 그 옛날의 남녀사이의 은근하게 피어오르고 끓어오르는 사골육수와 같은 진한 국물과 같을까? 꿈 속에서라도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서 몸에 동이 트고 밥맛이 없어 시름시름해져는 상황을 말로나도 글이라도 표현하고 싶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애틋한 마음의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풀어 놓고 있다.

 

만나지 못하니 마음의 병이 생기고 황홀한 고통이라는 역리가 그리움으로 번지며 과장과 웃음이 듬뿍 배어나는 옛 사람들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가 없지만 사후에서만이라도 꼭 만나 진실한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고 싶다는 애틋한 연가가 잘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짧은 인생 속에서 진실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행복한 여정을 함께 해줄 열정과 친밀감,책임감이 어우러진 관계는 이상적이고 고귀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엄마의 양수(羊水)속에 평온하게 유영하는 태아와 같은 천진무구한 어린 사랑이 옛 사랑 노래에는 그윽하고 따사로운 봄날과 같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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