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제
츠네카와 코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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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츠네가와고타로의 작품은 처음이다.초제(草祭)는 자연과 들,풀들이 우거지고 평화로운 느낌을 안겨 주는 오키나와의 미오쿠(美奧)마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본의 민간 설화와 전설에 바탕을 둔 몽환적인 이야기이다.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지만 약간 주술적이고 민간 신앙적인 색채가 강하기에 읽는 도중에 내면 속의 마음이 '둥둥'떠다니기도 하고 신비적인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방충망을 친 창문 너머로 개구리가 쉴 세없이 울어대고 사위는 어스름한 분위기로 휩싸여 가며 주인공이 좋아했던 여자가 행방불명이 되고 더럽다는 뜻의 '노라누라' 즉 불길한 짐승이 들판에 출현할 거 같은 으시시한 얘기부터 마을 주민들끼리 상부상조의 정신이 강한 지붕 위의 성성이는 이웃간에 훈훈함이 살아 있다.또한 일본에는 축제 행사가 빈번하기에 축제(히나 마쓰리 등)를 통한 몽환적인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가경(佳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보다는 냄새,감촉,미물들의 존재감에 대한 관심에서 산적을 토벌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숙부로부터 들은 독과 약에 얽힌 이야기부터 작은 동물,벌레,식물로부터 독을 채취하는 법과 약이 되고 지혈이 되는 삶의 유용한 지혜를 터득하고 숙부가 죽고난 뒤 날벌레의 날개소리를 통해 숙부를 연상하게 되는데 자신 안에 자신 아닌 누군가를 발견하는 몽환적인 경지에 이르면서 흡인력을 더해 가고 쿠사나기라는 신통하고 영험한 약을 통해 죽은 자를 살려 내고 혼수상태,환각,운신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일본인만의 갖고 있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묘미를 느끼게 된다.

 

 비오쿠(美奧)로 향하는 협궤열차의 바깥 풍경은 얼룩조릿대와 만발해 있고 그 꽃은 오렌지색으로 되어 있으며 비탈길을 오르면서 안개가 전개되고 순간 옛날이야기 세계로 푹 빠져 버리는데 더불살이 했던 단조롭고 삭막한 일상을 떠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그리고 지나간 시절의 더럽고 형태가 불분명한 괴물,오물 덩어리를 회상하게 되며,유부녀와 불륜관계가 발각되면서 재판까지 이르기 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재가 주인공의 내면에 아로새겨지면서 인간의 죄의식과 치부,내면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드는 기기묘묘한 세계와 조우하게 되었다.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글의 주제를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비오쿠라는 마을과 자연 속에서 주인공들이 사람과 자연,축제,민간 신앙,전설 등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때때로 등장하는 일본 문단계의 거장들의 얘기를 통해 세속에 찌들고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아 주게 하며 삶의 끝은 '노라누라'와 같은 똥물보다 더 더러운 세속을 벗어나 찬란하고 환희에 가득찬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나름대로 발견했다는 점이 커다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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