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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 - 2
신아인 지음 / 아이웰콘텐츠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민석은 생사의 기로에서 경성병원장 딸 윤지은의 지극정성 치료를 받으며 신체는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가는데 일본 총독부는 한일단의 정체를 알고부터 현총독을 해체하고 새로운 총독을 세워야 한다고 부산을 떨고 그의 부인 미유키는 귀족이라는 가문과 나라의 위신 앞에 정략결혼한 자체를 혐오하게 되면서 정민석은 남편이 아닌 원수가 되고 그와의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으로 달려 가고 정민석이 만들어 놓은 작전 지도는 정교하게 짜여져 있음을 알게 되고,이 사실이 미유키의 귀에 들어가면서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물씬 드리워져 간다.
폭약 설치 지점부터 탈출 경로 등이 알기 쉬운 암호 및 색깔로 표시되어 있으며 함경도에서 생산된 망간이 서울 경성대장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일단에 입수되어 항일 독립군들의 자원지금에 사용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일본인들에겐 거추장스럽고 배신적인 존재이지만 조선인들에겐 커다란 힘이 되었을 것이다.비록 친일파라는 딱지를 물고 태어났지만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 작가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압권이라고 생각된다.친일파로 태어나 부와 명예,권력을 현대까지 소유하고 있는 암적 존재도 수두룩한 상황에서 정민석의 존재는 그 자체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롤모델이라고 생각된다.
그 와중에 이무영은 미유키에게 접근하면서 미유키는 민석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미유키는 민석에게 처절하게 복수의 다짐을 하게 되며 민석은 감옥에 갇혀 있는 무용수 서혜림을 탈옥시켜 주고 조선을 떠나 머나 먼 외국으로 망명을 해주기를 바란다.
2차 세계대전의 종말과 더불어 조선은 해방을 맞이하면서 정민석은 미국으로 떠나고 수찬과 혜림의 재회,민석의 아들 슈헤이가 그의 죽음 관련기사와 유필을 읽게 되는데 그가 미유키에게 남긴 육필은 여러 모로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다.
미안하다고 하지 않을 거야.
미안하다고 할 수가 없어.
그래서......그래서......미안해.
그리고 민석이 죽기 1주 전에 남긴 기사 내용은 1535에 관한 3개의 문장이었다.
쇳물이 녹아드는 온도 1,535'C
누군가는 그 쇳물로 피를 거두기 위한 칼을 만들었고,
다른 이는 그 칼끝으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살아왔다.
민석은 친일 귀족으로 태어나 살아있는 동안 부와 명예,권력을 후대에까지 죽 물려줄 수도 있는 처지였건만 일본 총독부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이용하여 광복군의 무기를 만들고 조국의 광복을 학수고대했던 보기 드문 친일파 정민석으로부터 그는 사랑보다는 국가를 위한 대의가 먼저였고 그와 한세월 살았던 미유키와의 관계와 정분이 남아 있기에 그가 남긴 회한과 진실은 극히 인간적인 고뇌가 잘 배여 있다고 보여진다.친일파로 군림하고 후대에게도 그의 모든 것을 남겨 주었으리라 생각되는 역사의 단면을 독특한 소재와 인물 설정을 통해 작가는 무엇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시사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