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숨이 멎을 정도로 긴장감과 공포감이 약한 쓰나미나냥 밀려 오는 분위기가 감도는 이 작품을 읽어 가면서 엄정하게 규정해 놓은 사회적 잣대를 떠나 가족 구성원간의 사랑과 화해로 이어지는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의 단서 수집과 탐문 등이 긴박감 넘치게 이어지고 가해자의 윤곽이 그려지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게 되는데 이 글은 약간은 신비스럽고 잔잔하게 그 진상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공적인 성격을 띤 사회적 죄과에 대한 단죄보다는 가족간에 벌어진 일을 구성원 스스로가 체념하고 마음의 정처를 찾아 나서는게 핵심이라고 여겨진다.
50을 넘은 작가 누마타(沼田)씨는 이채로운 경력에 늑깍이 작가로 일본 미스터리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이 작품이 인기리에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녀의 숨은 재주가 결실을 맺을거 같다.유리코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료스케가 투명하고 밝은 성격을 좋아해 유리 안에 담겨져 있던 인형을 손에 쥐고 분해하여 마음대로 조종하고 놀았던 그에게 집안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연인 치에마저 행방불명이 되면서 미스터리와 같은 단초가 그의 눈과 귀를 온통 의문 투성이로 만들게 된다.
췌장암으로 생사가 불투명한 아버지와 사창가의 창녀 출신으로 살인자가 된 어머니 사고사로 물귀신이 되어 가는데,세가 헤드라는 강아지를 돌보고 치료하는 료스케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검은 머리털과 베일(veil)에 가려진 네 권의 노트를 발견하는데 그 내용은 누군가에 의해 살인을 교사하는 끔찍하고 전율을 느끼게 하고 친모인 미사코가 죄의식없이 살인을 하게 된 사연을 알게되며, 료스케는 아버지의 얘기와 할머니 등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친어머니는 이모인 에미코가 되어야만 충격적인 사정을 듣게 되며,료스케는 치에의 친정과 경제적인 문제로 불화가 생기고 치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행방을 감추게 되는 점도 읽어 갈 수가 있다.
사창가의 창녀 출신을 아내로 삼았던 아버지는 어머니 미사코가 저지른 동기 없는 살인에 대한 해석을 내리는데 그녀가 살인자니까 어쩔 수 없이 살인자를 죽이는 일은 살인이 아니라는 것이다.누구가 무너져 버릴 운명 앞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으며 개인의 내면에 살아 있는 양심과 차가운 사회의 분위기를 버텨내기 어려워 몸과 마음이 사이코패스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한다.
빛바랜 네 권의 노트에 빼곡하게 적혀진 사연과 살인 동기,진실을 이해하고 료스케를 비롯한 가족은 어머니를 이해하고 체념하며 남아 있는 가족 구성원들만이라도 화합과 사랑,배려로 나아가고 개인의 운명과 죽음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과 성장 과정 속에서 체득되는 것인지를 새삼 음미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