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1 버지니아 울프 전집 1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진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선 귀동냥으로 들어서인지 명성에 걸맞게 처녀작인 출항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모노 드라마마냥 다가왔다.20세기초 영국에는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되면서 남.녀평등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게 되고 집 안에서 바깥 일을 하는 남편의 내조만 하던 여성들의 숨은 내력이 밖으로 드러나고 미미하지만 돈많은 집안의 여성들부터 사회 참여에 대한 목소리와 사회 부조리 등에 관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을 무렵,출항은 십 여년의 각고 끝에 탄생된 역작이면서 여성의 역할과 움직임이 근대와 현대의 경계선인 과도기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이 작품은 간접적으로 전해 주고 있다.

 

 엄마를 여의고 고모 밑에서 살아가는 20대의 레이첼 아가씨는 아버지가 선박을 소유하고 해상 무역을 하는데 외삼촌,외숙모와 함께 유프라지니 호에 몸을 싣고 스코틀랜드,포르투갈을 향해 바다 위를 여행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레이첼은 변변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주특기는 피아노 연주이고 바깥 세상을 구경시키고 내향적으로 살아가는 레이첼에게 드넓은 바다 위와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외삼촌 부부는 그녀를 동행시킨다.

 

 여객선 유프라지니 호에 몸을 실은 레이첼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게 되고 보수당 국회의원인 댈러웨이가 레이첼에게 기습 키스를 하면서 레이첼은 정신적인 동요와 악몽을 꾸게 되고 무언가를 강하게 느끼지만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오래 지속되는데 이것은 평소 타인과 부딪히고 느껴보지 못한 타인의 삶의 방식과 자신과의 사이에 심연을 창조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되는데 글의 전개가 빠르게 흘러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마치 약간 빛이 바랜 흑백 화면 속의 남.녀간의 멜로 드라마가 덜 세련된 최초의 모던한 느낌마저 주게 되며 레이첼이 받은 상상 밖의 키스는 전율케 할 수도 있고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심적으로 방황할 수도 있는 심리적 문제가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다.

 

 20세기초 영국의 귀족층들이 우아하고 화려한 복장에 파나마 모자를 쓰고 유유히 여객선 밖의 바다 풍경을 관조하면서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레이첼은 개인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터라 그녀에겐 커다란 마음의 동요와 방황이 꽤 장시간 자리잡고 있었으리라.그렇게 정신적 방황을 하는 가운데 젊은 남자인 휴잇과 허스트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고결한 정신과 이상이며 사랑을 갈구하는 것보다는 진하고 끊기지 않는 우정을 원한다고 강조한다.

 

 그외 수잔과 아서,이블린 등과의 만남,대화를 통해 서로를 탐색하게 되지만 레이첼은 댈러웨이로부터 받은 기습적 키스로 인한 정신적 방황과 그녀가 내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성에 대한 주의.주장과의 사이에서 또 다른 곳으로 몸을 싣고 출렁이는 바다 위를 한없이 여행하게 되며 2권에서는 레이첼과 젊은 남자들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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