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 외 지음 / 경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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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짧으면서도 길게 길면서도 짧은 느낌을 주며 읽어 가면서 시속에 함축된 깊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특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시라면 당대 시인 앞에 놓여 있던 시대적 상황과 아픔,고뇌,갈등 등을 반추해야 하기 때문이다.또한 시인이 주로 쓰는 시세계와 표현하고저 하는 의도를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상태에서 음미해야 하기에 시가 주는 느낌은 오묘하면서도 시인만의 숨결이 살아 있기에 읽을수록 시의 맛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감미로움,여유,동질감,이해와 공감 등을 함께 음미해 볼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굴곡으로 점철된 현대사의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살다간 시인들의 시세계와 삶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추억의 시 여행은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시대적 상황과 고뇌하는 몸부림을 오랜 세월이 흐른 싯점에서 그들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바다를 배경으로 자라났을 경남 출신의 시인들과 뭍의 세계에서 자라났을 경북 시인들의 삶과 자취를 작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림과 시,그들이 시상을 배태시킨 당대의 개인적,사회적 상황이 하나가 되어 시인들의 삶과 마음,감정을 뒤흔들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서슬퍼른 칼날과 창씨 개명을 거부하고 오로지 대한의 독립을 갈구한 이육사 시인을 비롯하여 천재시인 이형기에 이르기까지 시는 시인의 마음과 감정,고뇌와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는거 같다.또한 암흑 사회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을 벗삼아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시인의 마음도 읽을 수가 있다.20세기 전반기 가난하고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이 글에 나오는 시인들은 몸과 마음으로 시대를 대변하고 아픔과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고 죽음마저 초연한 자세로 수용할 줄 아는 당당하고 원대한 기상을 갖은 분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시인들의 생가는 온데 간데 없고 빈 터엔 잡초만 무성하기도 하고 댐 건설로 인해 사라진 시인의 옛 생가는 가묘마냥 다른 번지에 형식적으로 세워 놓은 몰골과도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다.국가에선 개발이 먼저이고 문화와 역사적 유산은 뒷전인가 보다.일제강점기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이 된 시인들이 꽤 많은데 이 분들의 삶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되었을 것이다.아픈 마음과 몸을 상징적인 시어로 표현하고 배고픈 육신을 술로 달래는 시인도 있어 시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도시에 맛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짜리 작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 간다.- 천상병 막걸리 -

 

 내가 좋아하는 이육사의 광야,청포도,박목월의 나그네,유치환의 깃발,행복,그리움 등도 새삼 시의 상징성과 오묘함을 더해 주고 시대적이고 개인적인 아픔과 감성을 시어로 잘 조리하여 함축시켰기에 세인들의 마음과 감성도 한층 숙성되어 가고 영혼도 맑게 정화시켜 주리라 생각된다.그들이 태어나고 자랐을 산과 바다,산촌과 어촌의 마을들은 개발에 의해 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축복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묵언으로나마 암시해 주고 있다.인간은 시간과 세월 속에 낙엽마냥 삶을 마감해야 하지만 시인이 남기고 간 자취와 작품만은 영원히 썩지 않고 길이 빛을 발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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