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오쿠로 가는 작은 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마쓰오 바쇼 지음, 김정례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한국의 리듬감과 운율,글자 수가 정형화된 시조(평시조)가 있다면 일본에는 단가 형식(5.7.5조)의 하이쿠(俳句)가 있다.하이쿠의 대표적인 시객이 바로 마쓰오바쇼(松尾芭蕉)이 17세기 중반에서 후반을 살아간 인물로 삿갓,봇짐,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마음이 가는대로 머물고 그곳에서 떠오른 영감 작용에 의해 짧으면서도 임팩트 강렬한 단가를 한 올 한 올 꿰어 가고 있다.그는 세월이 멈추는 일 없이 영원한 방랑객이고 어찌보면 김삿갓과 비슷한 면모가 있음을 연상케 한다.

 

 

 

 에도시대 에도(지금의 동경)를 출발점으로 하여 들과 산 길을 따라 동북지방을 거쳐 서쪽 산맥을 타고 일본해에 접해 있는 야마가카,니이가카,도야마,호쿠리쿠,교토를 거쳐 그의 고향인 오가키에 당도하게 되는데 자연을 벗삼고 만나는 사람들과 벗이 되고 계절의 향기를 단가에 오롯이 담아 진정한 풍류의 멋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딱딱하고 난해한 느낌보다는 청아하고 자연과의 순수한 교감을 통해 빚어낸 바쇼의 하이쿠의 세계는 지난 역사의 흔적을 들춰 내기도 하고 인생 무상을 자연 속에 훌훌 털어내는 초연적인 자세도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덤도 움직여다오

 

   나의 울음소리는

 

   가을의 바람  

 

 

 워낙 유명했던 하이쿠의 명인이고 풍류객이었기에 그를 떠나 보내는 승려들마저 하이쿠를 청하고 오막살이 하는 친구 도사이를 찾아 사립문을 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우정을 읽을 수가 있었으며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스승을 대하는 제자들으 따뜻한 영접과 어깨 주무르기를 하는 제장의 모습에서 여독이 스르르 풀릴것만 같다.내용보다는 번역자의 주석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있어 하이쿠와 바쇼를 이해하려는 분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일본 NHK를 통해 교양 프로에서 하이쿠 습작을 하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하이쿠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있다.정갈하고 (약간의)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하이쿠를 배우고 익히려는 초심자들의 진지한 모습과 자세,그리고 이를 멘토하는 강사의 꼼꼼한 체킹이 인상적이었는데,이번 작품에선 마쓰오바쇼가 삿갓,봇짐,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소회를 다양한 감각으로 선보이고 있기에 에도 시대의 시대상과 풍물,바쇼의 심상 등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으며 일본 문화를 새롭게 대하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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