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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밥 맛을 잃어 혓바늘이 돌고 마음까지 아프다면 이를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곰곰히 생각한다.지금까지 먹어 보지 않은 특이한 재료를 볶고 튀기고 버무려서 퓨전 음식으로나마 잃어 버린 식감을 살리고 마음마저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돋았던 혓바늘도 거북이가 목을 움츠리듯 쏘옥 들어갈 것이다.청춘 남녀란 만나면 불같이 달아오르고 헤어지면 사위가 식어가듯 적적하기 마련이다.일종의 건수를 찾아 남녀 사이가 코드가 맞아 하나가 되어 사랑을 도화지에 그려 나가는 정경은 상실된 사랑의 미로를 새롭게 찾아 가고 그 속에서 삶의 환희와 기쁨도 만끽하리라 생각한다.
식물과 동물에만 도감이 필요하지 않은거 같다.사랑에도 다양한 도감으로 물감을 흩뿌리듯 청춘 남녀가 야생초와 산채를 찾아 식물의 특징과 맛을 제대로 알고 이를 집 안으로 끌어와 다듬고 볶고 튀기고 버무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의미를 대신하고 서로를 알아가고 발견하는 시간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고 그 곳에서 남.녀간의 정체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가는 과정이 이 글 속에는 농도 깊게 다가오고 있다.
직장인 사야카와 행려병자였던 이츠키와의 쌉쌀하고 달콤하고 은근미가 풍겨오는 이야기는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자라는 식물들에 대한 소중한 지식과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오묘한 일품 요리와 둘 만의 풋풋하고 정감 넘치는 스토리가 어린 시절 소꿉놀이와 같이 가난한 환경이지만 소박한 연인간의 소통과 관계가 넘쳐 난다.행려병자인 이츠키는 사야카의 쿨한 이미지가 맘에 들고 하룻밤을 그녀의 집에 기숙하면서 자신만의 특기인 야생초와 산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그녀와 가까워지고 산과 들로 동행을 하면서 풀과 꽃들에 대해 사야카에게 설명을 해주고 다시 집에 돌아와선 이를 씻고 데치고 튀겨 색다른 맛과 향기를 함께 나눈다.사랑이란 함께 나누고 느끼며 오롯이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어느때보다 깊게 느껴진다.
그 맛은 달착지근하고 아릿하고 달콤하고 아삭하게 전해져 오며,내 어린 시절 토끼풀을 엮어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목에 목걸이로 걸어준 적이 있고 비름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점에서 놀라웠다.또한 특이한 풀도 등장하는데 닭오줌넝쿨,큰개불알꽃,뱀밥이다.요리는 국, 파스타,볶음,샐러드 등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츠키는 결국 대학 농학과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는데,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들과 산의 야생초들을 사진으로 찍고 블로그에 올리며 요리를 하는 등 빠듯하게 생활하는 경제적인 자세를 물정을 모르는 사야카에게도 전해준다.
남녀는 서로 붙어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마련이다.농도는 짙지 않지만 서로가 스킨쉽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둘만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지만 결혼하지는 이르지 않은 채,이츠키가 사야카에게 다정하게 요리도 만들어 주고 취미 생활도 따라주며 식물 도감까지 사다 보기도 하고,좋아하는 감정까지 생겼기에 사야카는 가슴 설레이고 행복에 넘치는 둘 만의 미래에 한껏 부풀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식물 도감을 통해 사랑을 엮어 가는 작가 아리카와 히로만의 특이한 발상과 이츠키와 사야카의 풋풋하고 정감 넘치는 러브 스토리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임에 틀림없다.사랑하는 과정도 요리를 통해 얼마든지 엮어 나갈 수가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산과 들에 피어난 잡초와 꽃들에 대해 그 존재와 특징,요리법도 관심 깊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