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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파는 아이들 ㅣ 문학의 즐거움 37
린다 수 박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4월
평점 :

종교란 무엇이고 파벌로 인한 갈등과 내전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가족이 뿔뿔히 흩어지며 그 후유증과 상처는 오래 남게 된다.현대는 자본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우리의 눈과 귀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건과 사고는 수도 없이 많다.그 중에 연약하고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어린 소년.소녀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은 처연하고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왜 그 어린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던져 줄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종교가 가장 신성하고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이를 계기로 영토확장을 일삼으려는 저 머나먼 수단에서의 종교 내전은 읽는 내내 아슬아슬한 순간과 목숨이 경각에 처해 있음을 실감케 한다.
수단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1850년대 유럽제국주의가 획일적으로 국경선을 그어 놓고 아프리카의 나라를 나누어 통치했다고 한다.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어진 아프리카는 북쪽은 거의가 이슬람권이고 적도 이남은 기독교 세력이 강하다고 하는데,수단의 경우는 북수단과 남수단이 이슬람교권과 기독교권으로 나뉘고 있는데 북수단의 이슬람권이 호시탐탐 남수단을 침입해 마을을 초토화하고 주민을 학살하는 등 그 내전의 실상은 가공(可恐)할 만하다.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종교의 우월의식이 부족간의 내전으로 빚어지고 주민들은 살 길을 찾아 어디론가 찾아 헤매며 살아 있어도 언제 적군의 총탄세례를 맞이할지 가슴 조리며 살아가는 남수단 룬아일릭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포격전과 총탄이 사방팔방으로 빗발치듯한 살풍경이 연출이 되고 있다.
1985년의 남수단 이야기를 알바가 이끌어 가고 2008년의 남수단 이야기는 니아가 이끌어 가는데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기에 사실감과 현장감이 바로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는거 같다.일교차가 심한 기후탓에 알바는 가족과 마을을 잃고 정처없이 피난 행렬에 나서게 되고 늘 긴장과 공포감으로 휩싸인다.간혹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를 만나 허기를 채우고 잠을 청하지만 다음 날 또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이동을 하게 되고 목이 말라 호숫가의 흙을 팔뚝 길이 만큼 파야 진흙이 섞인 물이 나오는데 그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다.(니아)
알바는 식구를 모두 잃은 걸로 체념하고 친삼촌을 피난 도중에 만나게 되는데 삼촌은 반군에 의해 사살되고 그는 맨발로 열사(熱沙)의 사막 위를 걸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아코보 사막) 알바도 행운의 여신이 찾아 오게 되는데 미국 적십자회에서 마련한 난민수송계획에 따라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을 뒤로 한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로 몸을 싣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알바는 복잡한 수속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아버지와 해후하게 되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뒤라 아버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알바는 아버지와의 혈육의 정을 확인하게 되고 어머니,형제의 소식을 들으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건기가 지속되고 식량 상황이 좋지 않은 수단에서의 내전이 일어났다 하면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되고 그들은 저주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땅콩 껍질,옥수수 알맹이로 연명을 해야 하고 더위에 지치고 병이 나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비단 수단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종교가 우월하다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이 내전과 희생이라는 엄청난 아픔과 고통을 어린 생명들에게 안겨주고 있는 통치자들의 아수와 같은 정치욕과 정권욕이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