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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ㅣ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김형수작가의 작품은 연재물을 읽어가면서 작가의 문체 및 전개력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며 '시인'으로 등단해서인지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묘사가 마음에 와닿았다.그만큼 현대인이 삶에서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돈과 물질만 횡행해서인지 그 연재물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다만 끝까지 연재물과 함께 할 수없었던 부족한 마음의 여유와 한 곳에 파고 드는 집요한 구석이 모자랐던거 같다.또한 작가는 <자음과 모음>의 계간지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기에 그의 생각과 사유,단상을 엿볼 수가 있어 시간을 내어 읽어 보려 한다.
드넓은 초원과 게르라는 움막 생활과 발굽 짐승인 양,염소,소,말,낙타에 생사를 걸고 살아가는 몽고인들의 기마민족으로서의 용맹성과 신화,부족간의 영토 쟁탈전이 이 도서에는 서사적이고 서정적이며 신화에 바탕을 둔 몽고족의 삶이 파노라마마냥 흘러가고 있으며 작가는 수십번이나 역사적인 연구가치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탐사하고 조사하며 그 결과를 독자들에게 시선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압축적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서양의 역사가 주류가 되고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태에 동양의 유구한 역사의 원점이 과연 무엇이고 그 후예가 될만한 한민족의 근간을 사유하는 멋진 역사장르이기도 한 '조드'는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빼앗아 갔다.
순박하고 열정적이며 자연과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몽고인의 삶은 초원 위에서 나고 죽는 일련의 순환과정이다.땅이나 하늘,바람을 소유하려는 자는 세상을 훔치는 자이니,마땅히 벌을 받아야 옳다고 생각하는 몽고인의 인습과 습성은 산업화를 넘어 탈산업화의 무한의 서비스시대에도 이러한 사고와 행동은 그대로 유지되고 이어져 나감을 알게 된다.
신비스럽고 영험적인 얘기를 들려주는 족제비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칭지스칸 테무진은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성장한다.특히 알랑고아가 달빛과 동침하여 아들을 낳은 얘기는 큰 사건이고 이것은 대대손손 몽고인의 뇌리와 인습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어두워지면 다들 사랑에 빠지지.유목민은 밤 시간을 달이 오고,달이 꼭대기에 머물고,달이 이지러지고,달이 가는 때로 나뉘어 알랑고아가 임(任)을 만나는 시간이거든" - 본문에서 -
테무진의 고향은 호수와 숲은 있지만 대초원이 필요했을 것이고 빛나는 뼈대조차 없던 그에게는 어떻게든 대초원을 아우르며 타 부족과의 결투를 통해 세상을 평정하는 꿈과 야망을 일궈 나간다.그것만이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길이고 그가 생각하는 약자들,여자들,바보들,소외된 자들을 모아 '몽골부'를 만들게 되고 조상님께 늘 감사하고 황금가문의 흰 뼈를 이룩해 나가려 힘쓰는 과정이 오롯하게 보여진다.
테무진은 야망이 컸던 인물임에 틀림없다.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스름한 밤이 되면 늑대귀 말을 타고 초원을 동태를 살피고 보르칸 산,오논 강,톨 강,헤를렌 강변에 다니면서 담력과 영웅으로의 모험심을 양성해 나간다.그가 가는 곳은 부족끼리의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그 상대는 자무카이다.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죽는 일을 조드라 한다.- 본문에서 -
조드는 고원에 물이 마르고 생기는 현상인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극심한 눈보라가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고 콧구멍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재앙,일찍 내린 눈이 따듯해지는 바람에 녹아 흐르다가 갑자기 들어닥친 강추위에 두꺼운 얼음이 되어 풀뿌리가 얼어 입도 대지 못한 채 죽는 재앙이 조드에 속하는데 하얀 조드,검은 조드,눈보라 조드,거울 조드로 불리워지고 있다. - 본문에서 -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점은 남녀가 잠자리를 피하는 날이었다.바람이 심하게 불고 소나기가 오며 지진이 나고 격하게 흥분해 있고 운수가 좋지 않으며 액일,사계절 첫날,일식,월식,천둥, 번개,무지개 현상이 보여지고 보름날,그믐날,정월 초하룻날,몸이 약해 신경질이 많을 때는 잠자리를 피한다고 한다.이러한 현상이 있을때 아이를 갖으면 아이에게 결함이 생기며 잔병치레를 하고 단명을 한다고 한다는 속설이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신에 가깝고 초원에서 살아가는 몽고인들의 신과 자연의 위대함을 믿는 풍속이 아닐까 한다.
테무진의 아내를 위한 삼자동맹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만족할 만한 끝을 보게 되면서 1권의 막은 내려진다.2권에서 테무진의 역할과 행동반경,영웅이 되기 위한 진행과정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