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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대작가이다 보니 인간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문제도 멋진 스토리텔링과 입담,각색으로 변신하게 되면 독자들의 눈과 입은 반짝반짝 꿈틀거리고 작품성과 흥미를 더해 공감을 증폭시킨다.이 글 역시 군인들의 성욕을 해소하기도 하고 정작 병사들의 난잡한 성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 주인공이 역으로 그들 못지 않게 본문을 벗어나 일탈행위를 하는 장면은 약간은 아이러니컬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과 본성을 드러내고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떠할까를 제3자의 입장에서 구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엿보인다.
페루의 동부 이키토스를 배경으로 하고 시대는 1956년 한 여름의 무더위와 습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정글 속에는 갖은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부대에 나라를 지키는 병사들은 밥먹고 훈련하고 자대 근무를 하는게 보통이지만 젊은 혈기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은 아무도 말길 수가 없는 원초적인 문제이지만 주인공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는 리마의 국방부로부터 이키토스 인근 마을 부녀자들을 겁탈하고 능욕을 하는 것을 '특별봉사대'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곳으로 파견된다.
판토하 대위는 군인집안이라 엄격하고 규율 잡힌 생활이 몸에 배였지만 현지로 가보니 곧고 날카로웠던 정신은 민간업자들과 만남을 통해 술을 마시고 '미스 브라질'이라는 여인과의 연애 행각도 그의 군인정신을 벗어나게 하고 유부남인 그의 행동이 부인의 귀에 들어가면서 부부관계는 삐그덕거리게 된다.
금주,금연,금욕이 군인정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방주의 형제단이라는 신흥 종교가 이키토스 근처에 생기고 눈에 보이는 벌레들을 마구잡이로 살생하는 장면을 보면서 판토하는 그들과 충돌.갈등을 빚기도 하고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가 가동되면서 가장 단순하고 정상적인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판토하는 병사들에게 내리는 혜택을 장교들에게도 장교의 증원 및 예산,서비스 확대를 기대한다.
방송해설가 신치는 <신치의 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특별봉사대를 소개하고 판토하에게 '태양훈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하고 이는 페루 병사들의 은밀한 욕망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판토하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블랙코미디와 같은 말을 내뱉는데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의 속성을 작가는 들춰내고 있는거 같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는'것과 같이 판토하는 성욕에 목마른 병사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이 임무였지만 인간이 인간 냄새를 못맡고 살아가는 거친 숫컷들이 고독과 분노,두려움을 술과 섹스로 잠시나마 해소했을지 모른다.어찌되었든 이러한 문제가 비단 페루에서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알고도 모르는 체하고 넘길 사안을 작가는 판토하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중적인 인간의 심성을 부각하고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의 심리 묘사 및 양념격으로 익살과 농담,웃음을 선사하려는 작가의 입담과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