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
캐럴라인 브레이지어 지음, 유자화 옮김 / 알마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또래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 생각과는 무관하게 휩쓸려 비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호기심에서 장난 삼아 한 일이 먼훗날 자신을 되돌아 보면 씻을 수 없고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도 한다.종교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죄의식을 회개 내지 고백성사를 통해 거듭나는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어찌되었든 죄의식이란 내 몸과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기에 탁 터놓고 누군가에게 고백 내지 허심탄회하게 밝힘으로써 이 글의 표지마냥 맑고 푸른 창공으로 날아갈거 같은 바른 인생을 살아갔으면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모 및 조상의 DNA 내지 기질,습관을 알게 모르게 물려 받는다.나의 경우는 말 수가 없는 할아버지의 면모와 꾸준하고도 생활력 있는 자세로 나아가려는 삶의 자세를 닮은거 같고 부모님으로부터는 장사 수완이 좀 닮은거 같다.그렇다고 현재 장사를 하지는 않지만 약간 이해타산적이고 계수관념이 강한 편이다.꼼꼼하면서도 이치 및 계산상 맞지 않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될때까지 파고 드는 성격이 아버지를 닮은거 같다.또한 어머니의 경우에는 잔치집에 다녀 오면 꼭 음식을 챙겨오는데 나 또한 남살스럽게도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것 저것 테이크아웃 하기도 한다.물론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 마음이기에 좋게 봐주길 바란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나도 어린 시절(6~7살 무렵) 부끄러운 일이 떠오른다.동네에서 누나뻘 되는 누나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부엌으로 데리고 가 내 성기를 보여 달라고 하면서 성행위를 시도하려다 '크크'하는 누나의 엄마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붉어지고 그냥 도망쳐 나온 일이 있다.그때의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생각이 몇 십년 전의 일임에도 잊혀지지 않는다.동네 누나의 엄마가 오지 않고 그대로 누나에게 내맡겼더라면 나 자신은 어린 나이에 죄책감으로 상당 기간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속으로만 삭혀야 했을거 같다.일종의 어린이들의 어른들 흉내를 내려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로 자신을 죄의식의 늪으로 빠뜨리며 성행위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난잡하고 불결한 쪽으로 치우칠 뻔했는데 그러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죄의식은 학습을 통해 우리의 뇌에 각인되고 잊을만 하면 다른 사물과 사건들과 연계되어 연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외면하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으로 휩싸일 경우도 있다.다만 이러한 죄의식과 관련된 문제는 누구나 있을 법한 문제이기에 자신을 진실로 알아주는 지음(知音)에게 비밀 털어놓기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평상심을 되찾아 떳떳하고도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처세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조안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이먼,웬디,알프와 레이 등이 어린 시절 폐지 하치장에 놀러 가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남학생은 여학생을 홀랑 벗겨놓고 모델화 시키는데 조안에게는 성인들이 보는 '플레이 보이'와 같은 잡지책을 우연히 손에 넣고 읽던 중 성인들이 누드모습과 성행위가 뇌리에 계속 연상되며 폐지 하치장에서의 모델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중되어 어른이 될때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채 죄의식으로 남게 된다.요즘에야 매체가 발달되고 야동에 관련된 글자만 치면 언제라도 보고 수음,자위행위를 하는 등 시대는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의 말초신경을 사정없이 건드린다.과연 이러한 상황과 환경하에서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선악의 판단,이로인한 정신적 폐해 및 처벌 등에 관해 아이가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조안과 웬디 등이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함께 놀고 지저귀던 어린 시절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지만 조안의 경우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그곳에서의 삶 속에서도 내내 성인 잡지 및 폐지 하치장에서의 그늘지고 음습하며 수치스럽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오래도록 그녀의 마음을 옥죄고,그녀가 고향 마을 근처로 돌아와서도 마음 한구석에 그녀를 누드모델쯤으로 생각할까봐 전전긍긍한다.마침 웬디를 만나게 되면서 안부와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지만 시간과 공간의 격세지감은 순수했던 어린시절 만큼의 두터운 우정은 희석되어 가고 조안 자신이 안고 있는 죄의식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들이 배운 중요한 교훈을 연습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친밀감을 불러온다. - 본문에서 -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비밀과 죄의식은 반드시 비밀을 털어 놓음으로써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가끔은 비밀로 죄의식을 감추기도 하며 거짓으로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려고 하는 것도 인간의 나약하고도 본능적인 행위일 것이다.어떠한 사건과 사실을 꾸미거나 취소하거나 철회하려고 애쓰는 행위는 인간의 마음을 고문하는 일이며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안도감과 자존감을 높히기 위해 진실을 감추려는 행위를 초월하는 것이 가장 고결(高潔)한 길이라고 판단된다.가장 솔직하고 담담하고 죄의식을 떨쳐 내려고 노력하는 의지만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이끄는 길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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